[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당신이 골프를 좋아한다면…

입력 2013-07-19 10:10 수정 2013-07-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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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한 젊은이가 신부님께 진지하게 물었다. “천국에도 골프장이 있나요?” “글쎄 하나님께 여쭤보지. 내일 미사가 끝나면 따로 만나세.”

다음날 다시 신부님을 찾은 젊은이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알아보셨죠? 그래 뭐라고 하시던가요?” “좋은 뉴스 나쁜 뉴스가 있네.” “좋은 소식은요?” “정말 천국에도 황홀하게 아름다운 골프장이 있다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만면에 희색을 띈 젊은이가 지나가듯 묻는다. “그럼 나쁜 소식이란 대체 뭐죠?” 잠시 뜸을 들이던 신부님이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침 9시에 그대 티오프 타임이 잡혀 있다는군.”

해리와 스텔라는 평생 검소하고 인자하게 살아온 80대 노부부로 골프가 유일한 취미였다. 이제 때가 되어 지상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육신을 떠나 천국으로 향했는데, 여느 때와 같이 이들을 자상하게 맞는 피터 성자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시게. 수고들 했네. 이젠 이곳에서 영원히 휴식하며 사시게나”하며 문을 열곤 황홀하게 멋진 골프장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보여주었다.

“자 이게 모두 당신들 거요.”

“해리, 당장 나갑시다. 괜찮죠”하며 스텔라는 피터 성자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떡이며 웃는 성자를 뒤로 하고 두 사람은 천국의 골프를 시작했다. 5번홀 페어웨이에서 공을 한참 들여다보던 해리가 이제껏 한 번도 못 보던 벌건 얼굴로 잔뜩 열 받은 목소리로 스텔라를 손짓해 불렀다.

“당신 말대로 술, 담배 끊고 채식에다 운동이다 법석을 떨어 좋은 게 대체 뭐요? 괜한 헛수고에 40년 이상 질질 끌다 이제야 겨우 여길 오게 되다니 원, 쯧쯧…. 진작 40년 전에 올 걸 그랬잖아!”

어느 엉터리 골퍼가 우연히 신부님과 한 조가 되어 필드에 나갔다. 보아하니 신부님도 골프장 잔디를 파헤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닌 듯 했고 골프 실력보다 한층 더 흥미로운 건 그 신부님 입에서 나오는 온갖 다채롭기 그지없는 욕설이었다.

명색이 신부님이라 그저 참고 따라 다니는데, 14번홀에 이르자 느닷없이 신세한탄까지 하는 게 아닌가?

“이보게 골프란 게 도대체 왜 이리 힘든가. 도저히 안 되겠네. 포기하는 수밖에 없겠어.”

“아니 골프를 포기한단 말씀이세요?”

정색을 한 신부님 왈, “돌았나? 성직을 포기한단 말이지.”

골프를 좋아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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