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렉서스에서 아이폰까지- 홍진석 온라인에디터·부국장 겸 온라인뉴스부장

입력 2013-07-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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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미국의 언론인 토머스 프드리먼이 1999년 펴낸 저서다. 세계화 현상의 도도한 흐름과 그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렉서스와 올라브나무에 비유했다. ‘세계화’를 조망하는 대표적 입문서로 꼽히며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반열에 올랐음은 물론이다.

렉서스는 1989년 출시되자마자 가격 대비 고사양, 고품질로 전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주문이 폭주했다. 저자는 1992년 일본 현지 취재시 렉서스의 혁신, 즉 66명의 근로자와 310대의 로봇이 매일 300대씩 생산하는 현장을 보곤 크게 감동받았다. 글로벌 기업의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세계화, 현대화, 첨단화란 흐름을 발견한 것이다.

반면 올리브나무는 가족, 친지, 동문, 지역사회, 민족, 나아가 국가처럼 지구 상에 존재하는 사회구성체를 의미한다. 올리브나무는 동질감을 갖는 사회조직체에 대한 소속감과 동질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렉서스의 질주에 올리브나무는 비틀거리고 있다. 때론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2001년 미국 국민을 비롯해 세계인들을 경악시킨 9·11테러는 그의 저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세계화의 상징물인 세계무역센터를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탈취해 들이받은 사건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충돌이란 앵글로 설명될 수 있었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의 균형 있는 공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1989년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은 막을 수 없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부터 전세계에 모바일혁명을 불러온 아이폰은 렉서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아이폰은 세계 무선통신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아이폰은 나아가 언제, 어느 곳이든 작은 화면을 통해 정보 열람은 물론 전세계 지인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줬다. 빌게이츠가 열어놓은 유선인터넷시대를 무선환경으로 더욱 확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최초 출시국가 명단에서 빠졌다. 정부당국과 국내 이동통신 업계가 국내 전용 표준인 위피(WIPI) 장착을 고집한 탓이다. 애플이 수용할 리 없었다. 결국 위피는 국내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로 2009년 4월 폐지된다. KT의 저돌적 협상에 의해 마침내 아이폰은 2009년 연말 국내에 입성한다.

아이폰 출시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졌다. 삼성전자 역시 윈도 기반의 옴니아를 버렸다. 대신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장착한 갤럭시를 출시한다. 올리브에서 렉서스로 갈아탄 것이다. 닫힌 시장을 활짝 열고 정면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전략적 결단을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아이폰과 경쟁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톱2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승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경쟁하며 모바일 생태계를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잡스는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애플은 렉서스형 혁신을 추구해왔다. 핵심기술과 다자인은 미국에서 맡되 생산조립은 중국에 맡겼다. 사용자들은 열광했다. 저렴한 무선데이타망의 보급과 맞물려 모바일웹 서비스도 대폭 증가했다.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 마켓 역시 비약적으로 커졌다. 애플과 수익을 분배하는 모델로 창의적 프로그래머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국내 무선인터넷 환경도 아이폰 출시 이후 확 달라졌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폭리를 취하려 막아놨던 저렴한 무선 WIFI망에 스마트폰 접속이 가능해졌다. KT는 아예 무선인터넷 무한요금제를 출시하며 무선데이터 대중화의 물꼬를 터줬다. 포털 역시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네이버 라인은 전세계에서 1억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톡은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창의적인 프로그래머들은 다양한 앱을 개발, 국내외에서 수많은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닫혀진 생태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성공스토리였다.

애플 아이폰 출시 후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판도도 확 달라졌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해온 노키아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밀려났다. 최근 신용등급까지 강등당했다. 반면 올리브나무에서 랙서스로 갈아탄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해왔다. 아마도 프리드만은 렉서스를 빼고 아이폰을 책 제목에 넣어 개정판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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