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기성용, 징계가 필요한 이유

입력 2013-07-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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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문화부 차장 겸 스포츠팀장

1994 미국월드컵 당시 한국과 독일은 조별라운드 세 번째 경기에서 대결했다. 당시 독일은 전반에만 3골을 넣으며 크게 앞섰지만 후반전 한국의 공세에 밀려 끌려 다닌 끝에 가까스로 2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독일의 3 대 2 멋쩍은 승리였다.

많은 독일 팬들이 당시 경기장을 찾았고, 자국 대표팀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야유를 보냈다. 이에 독일의 미드필더 슈테판 에펜베르크는 관중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는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전해졌고, 당시 감독이었던 베르티 포그츠는 경기 후 대회 기간 중임에도 그를 독일로 돌려보냈다.

에펜베르크는 독일이 낳은 최고의 미드필더 증 한 명으로 꼽히는 선수다. 하지만 호랑이라는 뜻의 ‘Tiger(티거)’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성격이 불 같았고 결국 불미스러운 행동을 했다. 에펜베르크는 당시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 몇 차례 더 호출됐지만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만개한 기량을 뽐낸 그는 하지만 대표팀 경력을 그렇게 마감했다.

물론 이 상황을 현재 한국대표팀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에펜베르크가 감독을 직접 비판하거나 조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 분위기를 흐렸고 포그츠 감독은 이에 제재를 가했다. 그가 빠지면 전력에 차질이 있을 것이 분명했지만 결국 퇴출을 명했다. 당장의 전력 약화보다 팀 전체 분위기를 생각한 것이다.

기성용은 팀 분위기를 흐렸다. 그것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제대로’ 흐렸다. 그리고 이는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축구 경기 외에 여러 매체를 통해 드러난 기성용의 모습은 결코 어린아이가 아니다. 치기 어린 젊은 선수의 불만 표출로 보기에는 도가 분명히 지나쳤다.

그가 대표팀 전력의 절대적인 부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현재 큰 위기다. 위·아래도 없는 안하무인 집단이 됐고 무엇보다 협회에는 그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는 사람도 없어 보인다. 협회는 여전히 이 사례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비공개 페이스북이었기에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니. 그렇다면 향후 비공개라는 타이틀을 걸고 대표팀 감독을 욕하거나 소위 동네 불량배들이나 쓸 법한 표현을 날린 뒤 은근슬쩍 지인을 통해 공개하면서 “몰랐다, 죄송하다”라고만 하면 된다는 것인가. 어떤 형태로든 징계는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일어나도 협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축구선수가 아닌 보통 회사원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건을 일으킨다면 당장 징계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당장 다른 회사를 찾아봐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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