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훈병원 15분 동안 방문한 재계- 김유진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6-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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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지난 24일 6•25 한국전쟁 참전 상이용사와 국가유공자를 위문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중앙보훈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15분여 만에 황급히 끝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내용은 더 아쉬웠다. 바쁜 일정 탓이라지만 국가유공자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2분가량에 불과했다. 덕담을 건네고 기념촬영을 하는 식이었다.

전쟁 후유증과 병환으로 입원 중인 국가유공자들이 ‘높은 분’이 오신다고 십여분 전부터 눕지도 못하고 기다렸던 것이 안쓰러웠을 정도다.

허 회장의 병원장과의 만남은 말 그대로 정답고 즐겁게 서로 이야기하는 ‘환담’ 자리에 불과했다. 국가유공자를 후원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재계를 대표하는 회장이 직접 방문한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행사 내용은 너무나도 부실했다.

이왕 위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기업은 더 진정성을 담았어야 했다. 국가유공자는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희생한 사람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 그리고 기업이 뿌리내릴 토대가 형성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기업은 이러한 보여주기 식 행사를 진행하는 대신 그들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한다.

100대 기업의 국가유공자 의무고용률은 지난해 8월 기준 평균 57%에 불과하다. 법으로 정한 법정취업 기준에도 못 미친다. 제도가 있으니 따르지만 이를 최소로 하고 대신 가벼운 처벌로 때우는 기업이 많다. 평소 경영활동에서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충정 어린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날 허창수 회장은 병원을 떠나면서 ‘국가유공자를 위한 기업의 지원을 확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계속해서 생각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사회공헌과 동반성장을 외치는 재계가 국가유공자를 ‘추선(秋扇•가을 부채)’으로 여겨야 할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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