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금융당국이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한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은 가운데 이면에는 양국간의 외교관계 악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달 3일 종료되는 3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국 통화스와프 잔액은 100억 달러로 축소된다. 금융위기 당시에 견주면 7분의 1 수준이다.
통화스와프란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위기시 비상금 혹은 보험에 빗댈 수 있다.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많이 맺을수록 좋다.
특히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도 휘청한 금융시장의 상황을 볼 때 한일간의 통화스와프 또한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 예방 차원에서 체결한 한 것으로 양국은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도 금융·경제적으로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특별한 정치적인 의미는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과의 악화된 외교관계가 통화스와프 연장의 사실상 무산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일본당국은 통화스와프 연장과 관련해 날선 대립을 보여 왔다. 앞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6월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설명회를 통해 한일 통화스와프의 경우 양쪽이 득이 되면 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일본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1일 오후 회견을 통해 "기한을 맞을 때까지 필요가 있다면 연장하겠지만, 한국측이 별로 필요 없다고 한다면 일본 나름대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마치 한국이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는 모양새로 비춰지게 한 양상이다.
또한 이는 일본 정부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최근 아베 정권이 보여주는 우경화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추경호 재정부 제1차관은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발언은) 통화정책 담당 부처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언급, 비전문가의 정치적인 발언임을 시사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한일 통화스와프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이상, 일본 정권의 노림수대로 움직여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내달 3일 30억 달러 규모가 종료하면 한일 통화스와프는 100억 달러만이 남게 된다. 이는 한·일 양자간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통화스와프로 2015년 2월 만료된다.
한국은 중국과 현재 560억 달러 상당의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체결 중이다. 이는 한국과 중국 간 통화스와프 규모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엔 미국과 300억 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스와프는 2010년 기한 만료 이후 연장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