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의 두 얼굴]대한민국은 미인대회 공화국

입력 2013-06-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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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상승의 기회, 성형·뷰티산업 급증… 외모지상주의, “반여성적 장치” 우려도

4일 한국의 대표적 미인대회인 ‘2013 제57회 미스코리아대회’가 케이블TV를 통해 안방에 전달됐다. 경상대학교 의류학과에 재학 중인 유예빈(21)씨가 미스코리아 진에 올라 왕관을 썼다. 그리고 신문과 인터넷 매체 등 일부 언론들이 유씨 등 미스코리아 입상자 사진과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 덕분으로 유씨를 비롯한 미스코리아 관련 내용들이 포털 검색어 상위에 일제히 포진했다.

이 순간 한 방송에선 ‘Because I'm a Miss Korea/세상에서 제일 멋진 Girl이야/누구나 알면은 놀랄 일이야/Because I'm a Miss Korea /명품 가방이 날 빛내주나요/예뻐지면 그만 뭐든 할까요/자고나면 사라지는 그깟 봄 신기루에 매달려 더 이상 울고 싶진 않아…’ 이효리의 신곡 ‘미스코리아’가 흘러나왔다.

요즘 봇물을 이루는 미인대회의 두 얼굴을 보는 듯하다. ‘대한 여성의 진선미를 세계에 자랑할 미스코리아 선발. 응모마감 4290년 5월 10일’ 한국 미인대회의 신호탄을 쏟아올린 ‘제1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포스터 문구다 미스코리아를 시작으로 슈퍼모델선발대회, 춘향선발대회에서부터 포도아가씨, 인삼아가씨, 고추아가씨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산물 이름을 붙인 지역미인 대회까지 100여개의 미인대회가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축제기간에 열리는 미인대회와 교복모델 선발대회를 비롯한 특별한 콘셉트의 미인대회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엄청나다. 대한민국은 미인대회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인대회에 참여와 관심도 뜨겁다. 1972년 미스코리아대회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중계방송을 한 이후 각종 미인대회는 전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인대회는 대중매체 뉴스의 주요한 단골 아이템이기도 하다. 물론 참여 숫자나 열기도 대단하다. 지역 미스코리아 예선을 거쳐 본선을 하는 미스코리아대회의 경우 참가 지원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커서 미스코리아 될래요”라는 여자 어아이들의 말은 얼마나 미인대회가 우리의 의식 깊숙이 자리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스코리아, 슈퍼모델선발대회 등이 최근 들어 연예인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면서 더욱 더 일반인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1977년 미스코리아진 출신으로 가수로 데뷔한 김성희를 시작으로 이승연, 고현정, 염정아, 김남주, 김혜리, 김성령, 김사랑, 손태영, 오현경, 성현아 등이 미스코리아 출신 연예인이고 1992년 시작된 슈퍼모델선발대회 출신 연예인으로 이소라, 송선미, 한예슬, 한지혜, 소이현, 김빈우 등이 있다. 이다해 장신영 등은 미스춘향 출신이다. 미인대회가 연예인으로 가는 통과 의례로 자리잡으면서 미인대회는 일부 여자들에게는 신분 상승의 기회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또한 몸과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미인대회는 하나의 이상적 미의 준거역할을 하면서 성형병원, 화장품과 미용실, 휘트니스센터 등 육체산업과 뷰티산업의 막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진원지 기능도 하고 있다. 오랜 시간과 돈을 투자해 만든 몸과 외모의 전시장인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일반인들에게 끊임없이 외모와 몸에 대한 결핍과 부족을 강제하는 기제로서 기능을 해 성형수술에서부터 화장품 등 뷰티상품까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인대회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커질수록 비판도 급증했다. 1999년부터 열리기 시작한‘안티미스코리아대회’가 단적으로 드러내듯, 미인대회는 성의 상품화와 외모 지상주의 조장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인격이 거세된 인간육체 품평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인대회는 결국 여성의 최대 가치를 단지 육체적인 매력에 붙잡아둠으로써 여성의 인격 발전과 사회적 진출을 억제하는 반여성적 장치들에 지나지 않는다.”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가 그의 저서 ‘대중문화의 이해’를 통해 제기한 미인대회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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