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했다. 이별을 했다. 그는 떠났고, 추억은 남았다. 시간의 마디 하나하나 아로새겨진 추억은 음악이 됐다.
가수 박새별(28)이 3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하이힐’을 발매했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이번 앨범에는 그동안 쌓인 이야기가 가득 담겼다. 얼마전 서울 강남구 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는 말로 자신의 손을 떠난 앨범을 바라보는 심정을 전했다.

“하이힐이 당당하고 편한 여자도 있고 불편하지만 억지로 신는 여자도 있겠죠.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하이힐을 처음 신었는데 어른이 된 듯한 기분에 설렜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각자의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지는 메타포란 생각에 타이틀을 ‘하이힐’로 정했어요.”
타이틀곡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은 2년 전에 처음 썼다. 제목이 먼저 나왔고 가사를 쓰면서 멜로디가 붙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흩어지고 재가공되는 것처럼 앨범에 실린 곡은 처음 모습과 상당히 달라졌다.
“처음 곡을 쓸 때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보내주겠다는 간단한 노래였어요. 그러다 조금씩 감정을 더 싣게 된 것 같아요. 사랑이 사라진 순간 그 사랑은 끝나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죠. 헤어지는데 아무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해도 결국 사랑 때문이란 것을요.”

이번 앨범은 기쁨보다는 상실을, 현재보다는 과거를 노래한다. 20대 후반의 정체된 느낌을 솔직하게 담은 ‘사라지는 것들’도 있고, 생애 첫 공연의 행복을 담은 ‘낙원’도 있다. 동년배 뮤지션인 원모어찬스의 박원과 함께 부른 ‘세상의 모든 인연’도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박원 씨와 저는 서로가 서로의 팬이었어요. 박원 씨가 나이도 비슷하고 음반 활동도 비슷한 시간에 시작해서 편하게 음악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악적 동료 중 한 명이에요. 딱 이 사람이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녹음해보니 정말 딱 이 사람이었어요.”
사람마다 마음속에 갇힌 생각을 풀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는 술을 마시며 달랜다. 박새별에게는 그 방법이 음악이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지는 우울해도 그걸 풀어낼 방법이 없어서 더 깊이 빠져드는 악순환이 이어졌었죠. 곡을 쓰면서 그런 감정이 해소되고 치유받기 시작했어요. 창작욕은 저에게 본질적인 욕망인 것 같아요. 그저 담아두기만 하면 견디기 힘들어요.”

늦여름이 되면 단독 공연을 열 예정이다.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다. 해줄 말도 많고 고민도 많다. 삶이 동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제는 조금 세상을 알게 된 느낌이에요. 차라리 30대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독립한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맨 땅에 헤딩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해결해 줄지 아닐지는 확실할 수 없지만 어쩌면 현실의 무게를 벗어날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