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무참히 짓밟힌 창조경제의 씨앗 - 김광일 부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3-06-07 10:13

우리나라가 작은 휴대폰 화면에 각종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돌아가게 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쯤이니 벌써 13년전 일이다.

폴더폰 휴대폰 화면에서 작은 동영상과 게임들이 구동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모바일 벤처기업들은 휴대폰용 '무선인터넷 플랫폼(미들웨어)'을 개발, 제각각 이통 3사 단말기에 탑재, 당시 세계 IT기업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만큼 놀라운 휴대폰 동영상 구동기술을 구현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은 어떻게 휴대폰에서 작은 손가락으로 게임을 하냐며 한국 벤처기업의 기술에 고개를 저으며, 모바일게임 시장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코웃음 치던 시절이었다.

이 때 바로 한국 IT산업 역사상 가장 치욕스런 정책으로 기록될 '위피(WIPI.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라는게 등장한다.

정부가 위피 표준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13년전 세계 최초로 태동했던 토종 무선인터넷 플랫폼 기술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당시 공무원들은 휴대폰 게임이 대박을 터트리자, 이걸 통일시켜 국내 표준을 만든후 세계 시장에 들고 나가면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3사 3색 플랫폼을 삭제하고 통일된 표준 솔루션을 쓰라는 정책결정이 발표된 것이다. 바로 2003년 등장한 위피라는 것이다.

지금도 위피를 검색하면 그간의 참혹한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마디로 모든 자동차회사에 수출을 위해 모두 1500cc 급만 통일해 생산하라고 법을 바꾼 격이다.

2003년 당시 정통부 공무원을 설득시켜 수백억원의 개발예산을 확보, 위피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 바로 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흥남 원장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위피라는 솔루션은 결국 이것저것 다 넣은 덩치큰 괴물같은 솔루션으로 변했고, 국내 모바일생태계는 버벅거리는 위피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이란 암흑기를 맞는다.

13년전,세계 최초로 그 엄청난 기술을 개발했던 신지소프트,지어소프트, 엑스씨이 등 모바일 미들웨어,브라우저 등 SW업체 수십여개 회사는 이미 사라졌고, KAIST 해커출신 서영진사장이 이끈 미지리서치 역시 미국 인텔사에 300억원대에 매각되는 비운을 맞보게 된다.

당시 미지리서치는 이런 미들웨어로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에 납품하던 세계적 리눅스기반 플랫폼업체였지만, 위피 한방에 외국기업에 넘어갔다. 매출액 300억원씩 하던 이들 코스닥 상장사 20여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커녕 엄청난 부작용이 속출하자,정부는 6,7년후 슬그머니 위피 정책을 포기,없었던 일로 했다. 위피는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그 사이 ETRI와 공무원들은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을 위피개발에 투입,소모한 뒤였다. 현 김흥남 ETRI 원장과 모바일산업계의 악연은 지금도 이어진다.

공무원들이 위피 한방으로 엄청난 무선인터넷 플랫폼이란 창조경제의 씨앗을 말라죽이며 10년 세월을 보낸 사이, 애플 스티브잡스는 휴대폰시장 진출과 동시에 휴대폰에서 콘텐츠를 유료판매하는 앱장터를 세계 최초로 만드는 변혁을 일으킨다.

어쩌면 국내 벤처기업과 삼성전자가 거머쥘수 있었던 모바일생태계가 공무원들의 어처구니없는 대오판으로 순식간에 미 애플사에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창조경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창조경제 종합판이 5일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30여개 범부처에서 마련한 '창조경제 실현계획', 총 40조원대가 투입되는 매머드급 정책을 발표했다.

벌써부터 40조원을 어떻게 소화할까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은 흥분의 도가니다. 국가 표준을 만들자, 새로운 선도기술을 개발하자, ETRI 등 산하기관들은 벌써부터 주무부처를 현혹시킬 개발예산 기획안들을 우후죽순 준비할 것이다.

벤처산업계는 40조원 정책에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제발 공무원들은 나서지 말라고 주문한다.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줄 생각도, 뭔가 만들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단다. 다만 제발 공정한 경쟁을 할수 있는 시장환경만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창조경제의 몫은 철저히 뜨거운 가슴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업가들의 몫이다. 공무원들은 대기업 갑의 횡포, 아직도 납품가 10% 꺾기 뇌물관행이 여전한 공공시장 납품비리 근절에만 나서도 박수를 받고도 남는다.

13년전, 글로벌 무선인터넷 시장을 주도할수 있었던 엄청난 창조경제의 씨앗을 무참히 짓밟은 정책상의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 정부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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