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잔류인원 돌아오던 날… 긴박했던 436분

입력 2013-04-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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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돌아올까봐… 물건 두고 올까봐… 조마조마”

▲개성공단 잔류인원의 귀환이 예정보다 지연된 30일 새벽 입경 차량들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43명의 근로자들은 무사히 귀환했지만 북측의 체불임금을 이유로 7명은 잔류하게 됐다. 양지웅 기자 yangdoo@
“오늘 하루가 한 달 중에 제일 힘든 하루였을 것입니다.”

30일 오전 0시 26분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 도라산 물류센터. 물건을 잔뜩 실은 승용차를 운전해 개성공단에서 건너온 주재원의 말 한 마디에서 ‘436분의 사투’가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짐작케 했다. 그는 힘든점이 없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녁에 검사가 진행돼 늦어졌지 별 탈은 없었다”고 짧게 말했다. 건너오길 기다리는 이도, 건너가길 바라는 이 모두 애가 탔던 7시간의 기다림이 종지부 찍는 순간이었다.

29일 오후 5시, 정부가 남측 주재원 전원 철수 조치 발표 후 개성공단에 남아있던 주재원 50명이 입경키로 했다. 공장 근로자들의 입경은 이미 27일에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 이날 입경자들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KT, 한국전력 등 개성공단 유관기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남아있는 잔류 인원이 전원 입경하는 날인 만큼 CIQ는 입주기업 관계자들과 언론 취재진들로 붐볐다. 이 때까지만해도 입경이 늦어져도 30분, 최대 한 시간 내에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품을 기다리는 대표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 현재 피해 상황과 앞으로 피해 수습을 논하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오후 6시 40분, 통일부가 북측과 실무적 내용을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CIQ 분위기는 달라졌다.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자 복도를 서성거리는가 하면, CIQ 내 마련된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한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입경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입경자들을 기다리던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은 CIQ 내 2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장기전을 준비했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간이 계속됐던 오후 9시 20분, 입경 인원 43명, 차량 10대가 남측으로 건너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북측에서 차량에는 사람 이외에 물건을 싣지 말라는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도 전해왔다. 여기저기서 업체 관계자들의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건을 포기한 기업 관계자들은 입경자 얼굴이라도 보고 가자는 심경에 낯빛이 어두워졌고 CIQ 분위기는 금새 가라 앉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은 10시 50분, 차량 42대가 물건을 실은 채 입경이 허가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업 관계자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양말제조업체 개성서한의 우 대표는 “그나마 다행이다”라며 “개성공단에서 업무를 시작한 후 하루라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북측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홍양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개성공단 관리위 관계자 5명과 통신을 담당하는 KT직원 2명이 체류된 것에 대해서는 착잡하다는 마음을 함께 표하기도 했다.

오후 11시 56분 42대의 차량이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30일 오전 0시 16분 CIQ에 드디어 입경 차량이 등장했다.

물건을 받은 의류업체 만선의 A씨는 “개성공단에 두고 온 물건 때문에 남측으로 올 때도 발걸음이 안 떨어졌었는데 물건을 보니깐 반갑고 기쁘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DMF 관계자는 “물건이 못 나올까봐 굉장히 초조했는데 잘 협상이 돼서 나온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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