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가 한국 기업은 물론 경제에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 효과로 엔저·주가 상승·실적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 기업들은 수출 감소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일본은 최근 몇 년간 원화 약세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해왔다.
지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원화 대비 엔화가치는 50% 가까이 올라 현대자동차 등 한국 수출기업에게는 호재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후 엔화 가치가 20% 가까이 곤두박질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그 동안 IMF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해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높은 차입금 비율과 중견 재벌 기업의 부실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채무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차입금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30대 기업의 부채는 8930억 달러(약 100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재벌 대기업 12곳 가운데 4곳의 이자액이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FT는 또 중견 재벌기업의 부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수는 5년 전 보다 5배나 증가했다.
지난해 9월 30대 재벌 기업에 속하는 웅진그룹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계기로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악화하고 다른 재벌 기업들까지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연이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대형 은행들도 수익 부진을 겪고 있다. 부실여신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이 영업이익은 향후 수 분기에 걸쳐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