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수주 출혈 경쟁 “건들면 톡~ 터진다”

입력 2013-04-1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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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업 ‘어닝쇼크 파장’ 확산… 덤핑수주 부작용 실적으로 현실화

대형건설사들의 대규모 '실적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해외에서 만연했던 무리한 저가·덤핑 수주 경쟁 후유증이 현실화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주 올 1분기 영업손실 5355억원을 밝힌 데 이어 16일 삼성엔지니어링도 2189억원의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관계자는 "올해 준공되는 미국 다우케미칼 염소 프로젝트(4600억원)와 사우디 마덴의 철강공사(6600억원)에서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이라며 "이를 미리 손실충당금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0년대 들어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석유화학, 정유, 가스의 화공플랜트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중동 등 주력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며 무리하게 저가로 공사를 수주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건설업계 일각에선 해외 현장의 저가·덤핑 수주로 영업 손실을 낸 업체들이 앞으로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건설시장 침체로 해외 플랜트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저가·덤핑 수주가 만연해졌고, 올해 시설물 준공을 앞두고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사수행 능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신규수주 확대로 비현실적인 실행예산을 산정하면서 원가율이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너도나도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다 보니 돈이 안 되더라도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인식이 강했다"며 "앞으로 해외공사로 인한 수익성 악화 현상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GS건설에 손실을 안겨준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플랜트 현장에는 삼성엔지니어링(27억 달러)을 비롯해 SK건설(21억 달러), 대우건설(12억 달러) 등이 참여한 상태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 기업 역시 저가 수주에 대한 실적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저가 수주가 심했던 지난 2010~2011년 수주한 중동 화공 플랜트 등의 현장에서 낮은 마진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마진이 낮을 가능성이 큰 현장을 중심으로 압축해 건설사별 잔고를 점검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 5조원, GS건설 4조원, 대림산업 3조원, 현대건설 1조원 등"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8개 상장 건설사의 1분기 영업익 추정치는 1977억원으로 작년 동기간 7987억원보다 75.2% 줄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미 적자 전환을 발표했고 현대산업개발, 두산건설, 대우건설 등도 영업이익이 10∼2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외수주를 취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올들어서만 대우건설이 3555억원 규모의 사우디 살만베이 주택공사 계약을 해지했고, 중견건설사인 이테크건설도 지난달 2010년 계약한 2912억원 규모의 베트남 탕롱 시멘트 공사 계약을 취소했다.

때문에 이참에 해외건설수주 전체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공종별 다각화와 높은 부가가치 위주의 업역을 확대하지 않는 한 수익성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공종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는 한 우리 건설업체들의 고유 역량은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이렇게 부실을 청산하는 과정이 해외건설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간 해외 저가 출혈 경쟁 등을 자제토록 정부가 지도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끼리의 출혈 경쟁도 문제지만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나몰라라 하는 점도 문제가 있다"며 "정부간 협업으로 제대로 된 수주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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