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길 그리고 사람 - 조종태 하이투자증권 대리

입력 2013-04-1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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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봄내음이 나는 길을 걷다가 문득 눈을 감으면 제주 동네의 한 길모퉁이에 서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취업을 하고 몇 년 후 쳇바퀴 돌듯 매일 같은 길을 걸어 출근하고 같은 화면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마음이 아닌 머리로 대화하는 것에 지쳐갈 때 난 배낭을 싸고 혼자 제주로 떠났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혼자 생각을 정리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도착한 제주 첫날, 우도와 올레2코스를 혼자 걸으며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있을 즈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숙소를 정해놓지 않고 떠난 여행이라 어디서 자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봉고차가 경적음을 울리며 다가왔고 산적같이 생긴 사장님께 납치(?)되듯이 차에 실려서 어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한 게스트하우스는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던 잡념을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따라다니던 잡념들이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마음이 맞는 두세명의 사람들과 길을 걸었고 그렇게 하나 둘 모여 4일째 되던 날에는 열다섯명의 사람들이 함께 걷고 있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리산 둘레길 등을 함께 걸었고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나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가 되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후 난 다섯 번의 제주여행을 떠났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 내가 모르던 세상을 만나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올레길은 걷기위한 길이 아닌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길의 의미가 더 크다.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이 되어주기도 하고 사람에게 지치고 다쳤던 마음을 치유해주기도 하며 잊고 지내던 친구를 길에서 만난 듯한 반가움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걸어본 올레길이지만 아직 걸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혼자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좋은 길을 걷기위한 여행이라면 함께 가는 것이 좋지만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길이라면 혼자 가는 것이 좋다. 혼자 걷는 것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나도 모르게 사람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되고 그 속으로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올레길의 유명세로 인해 각 지역에 많은 길들이 생기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제주도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올레길을 걸어보는 건 꼭 추천해주고 싶지만 올레길이 아니라도 가까운 길을 걸으며 상막한 표정으로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인연이 되면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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