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해운업체가 재무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황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금조달 여건 저하로 회사채 만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2조원이며 차환발행으로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차입금 상환 부담이 확대되면서 해운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4대 해운사, 올해 만기도래액 2조원=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13일 발표한 해운업과 회사채 만기구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4대 해운업체의 전체 회사채 잔액 중 약 2조원에 대한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한다.
올해 초 기준으로 국내 4대 업체인 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 STX팬오션의 회사채 잔액은 총 7조620억원이다. 업체별 회사채 잔액은 한진해운 2조2651억원, 현대상선 2조4700억원, SK해운 9218억원, STX팬오션 1조4054억원이다.
4사의 올해 만기도래액 규모는 1조9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현대상선이 72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진해운(6340억원), STX팬오션(4000억원), SK해운(242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 업체의 올해 만기도래액 중 상당 부분은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1분기에만 7720억원, 2분기에 6200억원, 3분기 3000억원, 4분기 3040억원이다.
4대 해운업체의 향후 5년간 만기도래액은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향후 3년 동안의 부담이 가장 크다.
이중 전체 회사채 잔액(7조620억원)의 28.3%가 올해에 집중됐다. 2014년(23.0%)과 2015년(27.2%)까지 만기 비중이 20%대에 머물다가 2016년(11.8%)과 2017년(9.8%)에야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운업체들의 차입금 증가, 부채비율 급등 등 재무구조의 약화 동반, 해운업황의 중장기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자금조달 여건의 저하로 회사채 만기 상환에 대한 우려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비율↑ 재무건전성 빨간불…신용등급 강등 현실화= 국내 해운업계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수익성이 가뜩이나 악화되고 있음에도 올해 대규모 만기도래액까지 집중돼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해운업체들의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4대 해운업체와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대한해운을 포함한 5개사의 부채비율은 2010년 265%, 2011년 399%, 2012년(1∼9월) 609%로 급증하고 있다. 반면 5개사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4.2%, 2012년(1∼9월) -3.4%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해운사 신용등급 추세는 하향조정 기조 아래 재무부담이 과중한 업체들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시황침체와 고가의 용선료 부담으로 법정관리를 신청(D)했고 한진해운은 2012년 실적 부진과 차입금 증가 등 재무구조 악화로 A0(Stable)에서 A-(Stable)으로 한 Notch(단계) 하락했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의 경우 올해 초 신용등급이 한 Notch씩 하향 조정되어 각각 A-(Stable), BBB+(Stable)로 평정됐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운업계 성수기인 올 3분기에도 실적이 살아나지 못하고 손실 규모가 커지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해운업체들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단기성차입금 상환에 대한 선제적인 자금조달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한 잠재적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체크 그리고 보유 선박 및 자산 매각 등 다양한 자금조달 능력을 강화해야할 시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