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으로 산다는 것은]여의도의 3월, 봄은 아직 멀었다

입력 2013-03-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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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ㆍ실적주의ㆍ임금삭감ㆍ감원… 증권맨의 삶은 팍팍하기만

“일은 힘들어도 직원들과 소주잔 기울이며 친구처럼, 형처럼 가족같이 지냈다. 하지만 이제 서로 살아남기 위해 일에 찌든 얼굴만 남았다.”

지난 1월 한 증권사 직원이 회사를 퇴사하며 던진 ‘돌직구’가 금융투자업계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을 한 중형 증권사 M지점의 대리라고 밝힌 그는 260명이라는 자식(직원)들을 떠나보내며 위로의 말 한마디 없는 회사, 계속되는 급여삭감에 대한 압박, 모든 것을 수익으로 평가하는 구조에 염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마른 행주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진다. 직원들의 상반기 실적 목표배분액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걸 달성해도 회사는 적자라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라며 떠나는 이로서의 마지막 회한과 고충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증권맨’, 고액 연봉을 받는 엘리트 직장인의 대명사. 하지만 계속되는 증시 불황은 이들의 위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수익률 급감, 실적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 되며 증권맨들에게도 혹한의 계절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2012년 10 ~12월)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68.2%, 순이익은 76% 급감했다.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는 전체 61개 증권사 중 24개사로 39.3%에 달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으로도 적자인 증권사는 19개사(31%)나 된다.

전분기 대비 수익이 급감한 이유는 증시침체로 주식거래대금이 지난 2008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탁수수료 수익이 감소했고, 2분기 실적에 큰 역할을 했던 채권금리 상승으로 관련 손익도 줄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실적악화로 금융투자업계의 인력 구조조정은 현실이 됐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증권사 임직원은 4만2802명으로 2011년 말 4만4055명보다 1253명 감소했다. 이처럼 증권사 임직원이 줄어든 것은 2005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증권사 임직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증가했지만 이번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가 끝나는 3월 중순부터 ‘인력 감원 광풍’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월 말 ‘자기자본 1위’, ‘당기순이익 1위’인 KDB대우증권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권사들이 직원 숫자를 줄이면서 평균 근속연수 역시 감소했다. 금융권 직장중 은행과 비교하면 증권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더 짧은 상황이다. 은행 직원은 평균 13년 이상 근속하고 있지만 증권사 임직원들은 평균 7년을 겨우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은행 직원과 비교하면 6년 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계속되는 증시침체와 구조조정 압박, 실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증권맨들의 자살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최근 20년 가까이 증권맨으로 살아온 모 증권사 직원은 업무상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문중 선산 소나무에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앞서 친척, 지인들에게 투자금을 받았다가 달아난 젊은 증권사 직원의 한강 투신 사건도 있었다.

최근 증권산업 노동조합은 “증권인들이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고 고임금을 받는 화려한 직업인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그러나 증권인들은 수수료 인하와 같이 업계에 팽배한 출혈경쟁과 약정강요에 짓눌리고 변동임금 체계에 시달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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