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창조적 국가경영, 공자에게 배워라 - 강혁 부국장 겸 시장부장

입력 2013-03-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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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박근혜 정부는 특히 대한민국이 신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선 창조경제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든다는 의미다. 기존에 있던 것이 아닌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서 의미 있는 것을 생산해 낸다는 얘기다.

‘창조’ 라는 단어를 경제학에 도입한 사람은 슘페터다. 그는 1912년에 발표한 ‘경제 발전론’에서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창했으며,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를 강조했다. ‘기술혁신’ 으로서 낡은 것을 파괴하고 도태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시키는 것이 기업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역대 정권은 창조적이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초대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김광웅 전(前)서울대 명예교수는 ‘관료의 틀 속에 갇혀 지낸 3년’ 이란 글을 남겼다. 일기에 따르면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출장 일수를 하루 줄여라” 하는가 하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임명도 되기 전에 계획서를 들고 온 관료도 있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 관료는 색감(色感)이 없이 무색무취(無色無臭) 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자신들이 즐겨 입는 감색 양복 밖에 모르고 이 것이 그들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질타했다.

이후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어떠했을까.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나서서 비창조적 행위를 일삼았다. “복도나 벽이 차지한 공간을 이용해라” “총무 비서관실 유리벽은 좀 더 잘 보이는 것으로 바꿔라” “점심시간에는 전등을 꺼라” 등 일개 대리급 직원이 할 만 한 지시를 대통령이 직접 하고 다녔다. 그러면서 “내가 그걸 다 해봐서 잘 아는데…” 라는 특유의 어법으로 따르지 않으면 안되도록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를 선호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처럼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되돌리는 듯 한 아날로그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세간에 ‘대한민국은 MB주식회사’ 라는 말이 회자됐을까.

그러면서 또 5년이 지났다. 국민들은 찬성을 했건, 반대를 했건 기대감을 갖고 박근혜 정부 출범을 지켜봤다.

박근혜 정부는 앞서 언급했듯이 ‘창조’를 앞세워 과거와는 단절을, 미래와는 소통을 꾀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부처 명칭까지 바꾸면서까지 ‘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단어가 뜻하는 이 같은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적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조직에 달렸다. 그리고 이 둘을 지휘하고 조정하는 것은 리더(대통령)다. 사람이 타성에 젖어서 일하면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리더가 수용적이지 못하다면 창조적인 매니지먼트를 기대할 수 없다. 창조는 이질적인 경험과 철학 간의 융합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창조적 파괴는 무력이나 강압이 아닌 유연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박근혜 정부는 창조적인가. 지금 이 시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가고 있는가.

답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다. ‘창조’를 국가 이념 중 하나로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좋았지만 이를 이끌어갈 소프트웨어와 프로세스가 마련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들을 마련하려면 리더부터 변해야 한다.

다행히 박 대통령은 리더로서 많은 걸 갖고 있다. 필요한 리더십도 있고, 인덕과 인품도 있다. 나름대로 카리스마도 있다. 그러나 창조적 리더로서는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논어’ 에 보면 공자는 네 가지를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억측하지 않았고, 반드시 하겠다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으며, 절대 하지 않겠다며 고집하지 않았고, 자기만 아는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창조적 국가경영을 하겠다면 마음에 새겨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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