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정 WATA 대표 “유기견 테라피로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입력 2013-02-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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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 세계예술치료협회 대표(사진=세계예술치료협회)
“상상해보세요. 사람에 의해 버려졌던 유기견이 치료견이 돼 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을요.”

서현정 세계예술치료협회(WATA) 대표(51)는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대뜸 물음을 던졌다.

그의 차분한 이미지와는 달리 첫 마디에서부터 흥분이 묻어났다.

그동안 예술치료에 관한 학술적 연구, 발달장애아동 소외계층에 대한 예술치료와 같은 사회복지사업에 몰두했던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 찾았다’라는 강한 자신감이 비춰졌다.

그는 이어 유기견을 훈련하고 돌보는 데 발달장애인들을 참여시켜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하자고 덧붙였다.

그런 그의 계획은 구체적이었다.

서 대표는 동물매개치료(AAT ·Animal Assisted Therapy) 최종진화형태의 구상안을 제시하면서 “유기견·치료견·발달장애라는 각기 분리된 영역을 서로 도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만든다면 굉장한 시너지효과가 나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계획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다. 그는 2011년 가을 경기도 문산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유기된 푸들을 발견했다. 푸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한쪽 눈은 아예 없고 앙상한 몸을 보면서 숨을 쉬는 게 이상할 정도로 처참했다. 다행히 치료를 잘 견뎌 ‘행운이’ 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서 대표는 행운이를 마주하면서 유기견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떴다.

이 때부터 유기견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던 서 대표는 방송에서 일본의 치료견 ‘치로리’를 알게 됐다. 치로리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목숨을 연명하던 유기견이었다. 국제치료견협회에서 활동하던 오오키 토오루씨는 치로리를 구조해 치료견으로 훈련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치료견으로 다시 태어난 치로리는 치매노인, 장애인, 히키코모리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웃음과 위안을 주었다.

치로리 이야기가 퍼지며 일본 국민들은 애완견에 대한 인식이 ‘물건’에서 ‘가족’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일본 정부는 치로리를 계기로 관련법까지 개정해가며 유기견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우리나라에도 치로리가 필요하다고 확신한 서 대표는 오오키씨와 연락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을 보고 배웠다. 서 대표는 유기견 훈련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알리고자 오오키씨를 초빙해 오는 19일, 20일에 ‘치료견 워크숍’을 연다. 워크숍이 끝나면 유기견 보호소 ‘동네한바퀴’의 유기견 한 마리를 일본으로 ‘유학’보내 제2의 치로리로 키울 생각이다.

서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다. 우리의 발달장애아를 치료견 훈련에 동참시키고 직업으로까지 삼게 하는 것이다.

그는 “WATA에서 주로 발달장애아들을 치료했어요. 치료가 잘 됐음에도 마땅한 직업이 없었어요. 이들을 치료견 훈련에 활용한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인 거죠”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아들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는 “일거리는 처음에는 단순노동으로 시작하더라도 반드시 작게나마 훈련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일축했다.

서 대표는 결코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처음 WATA를 이끌며 모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기업교육 전문 업체 ‘에이루덴스’(A-LUDENS)를 직접 설립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는 “WATA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 안정적인 자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회사를 세우기로 마음먹었죠. 사람들은 WATA도 회사도 다 같이 망할 거라고 말했어요. 겁이 났었죠. 하지만 전 해야만 했고 결국 해냈어요. 이번 일도 해내고 말겁니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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