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유기견, 사람의 마음을 열다

입력 2013-02-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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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매개 치료 워크숍' 개최 예정… "발달 장애아·치매 노인에 도움"

▲서현정 세계예술치료협회 대표
구부러진 귀, 몸 곳곳에는 학대의 흔적이 남아있고 다리마저 불편한 치료견 ‘치로리’가 전신마비로 마음을 닫은 나가사토 헤이코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줄곧 천장만 바라보던 무뚝뚝한 할머니에게 선하고 깊은 눈망울로 길고 긴 눈맞춤을 이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몇년째 말이 없었다는 할머니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치로… 치…로리.” 간병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할머니가 말씀을 하다니….”

영화나 소설이 아니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치료견 치로리가 보여준 수많은 일화 중 일부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유기견에서 안락사의 위기를 넘기는 등 우여곡절 끝에 치료견으로 거듭난 치로리의 곁에는 일본 국제치료견협회 대표 오키 토오루씨가 있었다. 오키 대표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치로리의 이야기를 ‘고마워 치로리’란 제목의 책으로 풀어냈다.

치로리를 비롯해 수많은 유기견을 치료견으로 훈련시킨 오키 대표는 오는 18일 한국을 방문, ‘테라피로 만나다’라는 워크숍을 통해 동물매개 치료 발전을 위한 교류의 장을 연다. 오키 대표는 일본의 ‘동물애호법’ 개정에도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은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극장에서 19일과 20일 열리며 22일에는 BS부산은행 조은극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기획을 총괄한 서현정 세계예술치료협회 대표<사진>는 다큐로 제작된 치로리의 활약에 감명을 받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예술치료를 통해 발달장애아를 위한 활동을 펼쳐온 서 대표는 버려진 유기견과 장애아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일본으로 건너가 오키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재활을 고민하던 차에 일본의 치료견이 장애아이들을 치료하고 치매노인,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송을 봤다”며 “이것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을 오가며 상처 입은 유기견들이 훈련을 통해 치료견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곳과의 교류를 통해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현재 협회가 후원하는 단체인 ‘동네한바퀴’에서는 유기견 한 마리를 오키 대표에게 ‘유학’ 보내 치료견으로 훈련받도록 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유기견을 비롯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한국동물매개치료복지협회에서 지난 1992년 처음 장애인 도우미견을 장애인들을 무상으로 돌보는 일에 활용하면서 동물매개 심리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서 대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의미있고 좋은 일이다.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뜻을 같이할 분들이 모이면 좋겠다”며 “또 일반인, 특히 유기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의 숙제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규모가 큰 단체나 기업, 정부 이런 곳에서 나서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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