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직후 코스피지수가 소폭 하락했지만 이내 낙폭을 줄였고, 외환시장 역시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은 이날 오후 긴급 비상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북한 핵실험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향을 점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11포인트(0.26%) 하락한 1945.79로 마감했다.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등 대내외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가 예상된 코스피지수는 북한 핵실험 악재에도 불구, 줄곧 보합권을 유지한 끝에 소폭 하락 마감했다. 북한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은 이날 1350억원 가량은 순매수하며 사흘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외환시장도 북한 핵실험 소식이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반락해 전 거래일보다 4.90원(0.45%) 내린 1090.80원으로 마감했다.
금융권에서는 북한 핵실험 이슈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실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핵 이슈는 지난 2002년 12월 12일 실험 다음날 주가 2.4% 상승, 2003년 1월 10일 0.3% 하락, 2005년 2월 10일 0.2% 하락, 2006년 10월 9일 2.4% 하락, 2008년 8월 14일 0.6% 상승 등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운 재료"라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도 “북한 핵실험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예견돼 온데다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발목을 오래 잡았던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역시 제한적인 영향으로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감독당국도 북한 핵실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합동 금융통합상황실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핫라인을 통해 외국 시각과 동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지난달 미사일 발사를 성공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강한 반발이 우려되는 만큼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일 경우 북한의 추가도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비상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은 “북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북한이 유엔 등의 사전경고에도 핵실험을 강행한 점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 제재에 들어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다면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