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혜진 증권부 기자 "내부거래 일삼는 대기업"

입력 2013-01-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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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레저업계 1위 회사로 골프장이 십여 개 있다. 그 골프장들은 건설회사 B가 짓고, 삼림회사 C가 나무와 잔디를 심었다. 음식점업 D사가 그 골프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주식회사 B는 A사의 자회사이고, C사와 D사는 B사의 자회사였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가면 모두 A사의 회사다.

대기업의 내부거래 행태의 한 예다. 대기업의 자회사 일감퍼주기 방식이다. 이투데이의 기획기사 ‘100대그룹 지배구조 대해부’가 14개 그룹을 연재했다. 아직 86개 그룹이 남았지만 높은 내부거래 비율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매번 지적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들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최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일감 받은 자회사의 순수익은 고스란히 최대주주의 몫이다. 더불어 매년 배당금까지 지급된다면 일석이조의 혜택이다. 오너의 곳간 채우기라는 말이 붙는 이유다.

내부거래는 사회적 문제도 수반한다. 내부거래를 통해 버티는 부실계열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술력 있는 동종업계의 중견기업들은 퇴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결국 내부거래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외치는 우리사회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내부거래 현황은 재계 전문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자산순위) 1165개사의 2011년 매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 비율이 70% 이상인 계열사는 211개사(18.1%)였다. 전년 190개사 대비 11.1% 늘어난 수치다. 내부거래 비율 100%를 차지하는 곳은 56개사로 전년 48개사보다 증가했다.

물론 대기업은 내부거래가 거래비용의 최소화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내부거래가 오너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수단이나 오너의 곳간 채우기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용의 효율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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