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토종 아웃도어, 해외서 길 찾을 때

입력 2013-01-1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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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황산에 갔다온 지인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산 아래서부터 정상까지 한국 관광객과 중국인으로 꽉 찼는데 국적을 구분하기가 너무 쉬웠다는 것이다. 한국 관광객은 각종 기능성 섬유로 무장된 아웃도어를 입고 특유의 밝은 원색의 색깔을 빛내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일상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아래 위 양복에다가 구두까지 신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 아웃도어 의류는 한국을 상징하는 패션 이상의 것이 됐구나 생각했다고 지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얘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아웃도어의 시장규모는 5조여원 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에서 10대 브랜드가 올린 매출이 모두 3조9150억원으로 2011년(3조950억원)보다 26.5% 증가하며 수년째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5조원의 78.3%가 10대 브랜드에서 나왔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컬럼비아, 밀레, 라푸마, 아이더, 레드페이스, 네파 등이 시장을 싹쓸이 했다.

‘등골브레이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노스페이스는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경기침체와 노스페이스에 대한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6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녀 대비 4.9% 증가한 것이다. 업계 평균에는 미치지 못해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코오롱은 61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보다 15.09% 늘어난 수치를 보이며 1위 노스페이스를 위협했다. 3,4위인 K2와 블랙야크 역시 선전했다. 이 둘은 각각 5500억원과 5100억원을 기록하며 1위와의 격차를 1000억원대로 좁혔다.

상위 4개 브랜드를 보면 재밌는 게 하나 있다. 국내 일반 패션시장에서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놀랄 뿐이다. 1위 노스페이스를 제외한 2~4위 브랜드가 모두 토종이다. 매출규모를 합치면 1조6900억원이나 된다. 전체 아웃도어 시장에서 3분의 1 가량의 매출을 토종 브랜드가 차지한 셈이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밀어내고 상위권을 싹쓸이 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이들에게 바람이 있다.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가 전 세계 어딜가도 볼 수 있는 그런 패션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런던이나 파리, 베이징, 뉴욕 맨하튼에 가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를 입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풍경을 상상하면 저절로 흐뭇해진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아직까지 해외에 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아웃도어 시장에도 몇몇 해외 브랜드들을 들여와 재판매하는 수준에 멈춰있다. 홍보가 잘 안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중국의 내로라 하는 아웃도어 전시회에도 빅브랜드들은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이 미국에 이어 가장 큰 아웃도어 시장이라 국내서만 장사해도 된다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토종 브랜드의 세계화는 먼 나라 얘기다.

한국은 IT강국이다. 배를 잘 만들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조선강국이다. 교육열이 높아 인적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 유관단체들은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의 해외진출과 경쟁력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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