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손현주, 당신이 또 우리를 울리는군요"

입력 2013-0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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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있군요. 촬영하는 내내 우리 드라마에는 없는 게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돌이 없고 스타가 없습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개미들과 이 수상의 영광을 같이 하겠습니다.”손현주, 당신이 지난 12월31일 열린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를 받고 말하는 소감이 안방 시청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시청자들은 당신이 주연을 한‘추적자’가 방송되는 동안 많은 눈물을 쏟았습니다. 부정한 재벌과 정치권력에 맞서 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나가는 서민 백홍석역을 연기하는 모습에 너무 감동했기 때문이지요. 손현주, 당신이 연기하는 백홍석이 분노하면 시청자도 분노했고 백홍석이 좌절하면 시청자도 좌절했습니다. 당신이 눈물을 흘리면 시청자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TV안의 백홍석과 TV밖의 시청자가 혼연일체가 된 것입니다. 이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 원동력은 바로 “목숨 걸며 죽기 살기로 연기한”손현주, 당신입니다.

그리고 2012년 손현주가 대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눈물을 흘렸을까요. 결코 기뻐서만은 아닐겁니다. 손현주의 대상 트로피와 대중의 눈물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손현주의 대상에서 1대 99의 양극화와 승자독식구조의 병든 사회, 실력보다는 권력, 학연과 지연이 우선시되는 불공정한 사회, 성실하게 일하는 서민들의 땀이 철저히 무시당하는 절망적 상황 등에 대한 개선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합니다.

뛰어난 연기력과 캐릭터 소화력, 그리고 스태프를 배려하는 성실성까지 담보하고 있는 연기자들 중 상당수는 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연 자리에서 밀려납니다. 반면 한마디 대사 연기조차 제대로 소화 못하는 일부 아이돌과 연기자는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주연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거대 기획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연기력 부재의 연기자들이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을 제치고 주연을 차지하는 경우도 너무 많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땀을 연기력에 쏟은 배우들은 출연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스타는 드라마 회당 1억~2억5000만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출연료를 받지만 실력이 뛰어난 중견 연기자나 스태프들의 몸값은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하락해 생존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스타는 연기를 못해도 드라마 주연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합니다. 하지만 출중한 연기력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중견 연기자들은 연기대상 후보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불공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스타독식구조의 폐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송·연예계는 어쩌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는 양극화와 불공정, 승자독식의 우리사회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현주는 단역에서 출발해 조연 등을 거치며 수많은 작품에서 혼신의 연기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청자들에게 무한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손현주는 스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주연 자리나 출연료 뿐만 아니라 시상식에서 조차 밀려났습니다. 그 어떤 스타보다 뛰어난 연기력을 갖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21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그것이 단역이 됐든 조연이 됐든 온몸을 받쳐 연기에 최선을 다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손현주의 대상 수상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손현주의 대상 수상을,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사람이 인정받는 공정한 사회, 그리고 승자가 아니더라도 노력과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진정한 성공의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대상 수상에 감동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분들이 제대로 평가 받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맡은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땅의 수많은 개미들과 이 수상의 영광을 같이 하겠습니다.” 손현주의 소박한 수상소감이 참 멋지고 정말 값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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