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대첩 기대는 컸지만…곳곳 "이게 다야?" 탄식

입력 2012-12-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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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女인원 7대3 불균형 "허무하다"…드물게 즉석 커플 탄생

경찰 "신고된 범죄 없어"…여의도공원측 "고발 않을 것"

"여러분!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 24일이죠? 오후 3시24분으로 알람 맞춰주세요! 알람 울리면 남녀 같이 마주 보고 서로한테 가는 겁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약속한 시간이 되자 수백개 휴대전화의 각기 다른 알람음이 동시다발로 울렸다.

수백명의 남녀가 서로를 향해 전진했지만 곧 남성의 압도적인 수에 여성들이 파도에 쓸려나가듯 뒤로 밀려났다. 멀찌감치서 까치발을 들고 지켜보던 수천 관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남성 참석자들은 허무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다야?" "밀지 마! 밀어봤자 남자밖에 없어!"

혹한 속 청춘남녀의 솔로 탈출 계획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대규모 즉석 만남 이벤트인 '솔로대첩'이 열린 이날 오후 여의도공원에는 3천500명(경찰추산)이 몰려들었다.

행사에 직접 나선 사람은 약 1천명(남성 700명, 여성 300명)이었으며 나머지는 호기심에 구경하러 나온 관중이었다.

행사를 2~3시간 앞둔 점심때부터 여의도공원에는 20대 젊은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후 2시께는 올해 수능을 봤다는 서울의 한 고교 힙합동아리 학생들이 즉흥 랩을 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당초 주최측은 남성은 흰 옷, 여성은 빨간 옷을 입고 오라고 권했지만 대부분 참가자가 지침(?)을 어기고 각양각색의 옷차림으로 공원을 찾았다.

행사에 앞서 참석자 중 일부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성친구를 꼭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이도 있었지만 그냥 재미삼아 나와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흰 점퍼가 없어 흰 스웨터만 입고 나와 한 손에 장미를 들고 추위에 덜덜 떨고 있던 대학생 박모(25)씨는 "아직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는데 오늘 꼭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1·여)씨는 "성격 좋고 잘 생긴 남자 있으면 잘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며 크게 웃었다.

그러나 오후 3시24분이 지나자 곳곳에서 허탈해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남성은 행사 전 일부의 우려를 떠올리며 "누가 누구를 성추행한다는 거야? 내가 남자들한테 성추행당하게 생겼구만"이라고 중얼거렸다.

대학생 유모(20·여)씨는 "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막상 보니까 '이게 뭐야?'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극소수지만 이날 대첩에서 성과를 거둔 사람도 있다.

이모(19·여)씨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민모(20)씨는 "귀엽고 마음씨가 착할 것 같아 손을 잡고 장미꽃을 줬다"며 "같이 커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싶다"고 기뻐했다.

외국인 여성에게 말을 거는 한국인 남성의 모습도 보였다.

행사는 다소 소란스럽게 진행됐다. 곳곳에서 "밀지 마세요!"라는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 우려에 비해선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 성추행이나 소매치기 등 범죄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형사 62명을 포함한 23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으며 주최 측 면접을 거친 자경단 100여명도 질서유지를 도왔다.

주최 측 관계자인 고동규(25)씨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왔지만 도시공원법 때문에 스피커를 틀지 못해 행사를 보다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은 주최 측이 행사를 강행할 경우 고발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막상 행사가 특별한 불법 상황 없이 진행됨에 따라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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