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지호 증권부 기자 "해외 헤지펀드와 대기업 경영권"

입력 2012-12-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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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총수일가가 소수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순환출자의 해소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는 신규 순환출자의 금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기존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느냐를 두고는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기업은 순환출자의 규제가 현실화한다면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축소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국내 대기업은 취약한 순환출자 지배구조로 해외 헤지펀드에 적지 않은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다.

지난 1999년 타이거 펀드의 SK텔레콤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로 본격화된 해외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은 소버린의 SK지분 매각을 통한 1조원 ‘먹튀’ 논란에서 절정에 달했다. 요즘에는 대선 이후 순환출자의 규제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까지 적대적 M&A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재계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해외 헤지펀드를 무조건 ‘기업 사냥꾼’이라고 헐뜯기에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후진적이다. 오히려 극소의 지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의의 사도에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SK의 최태원 회장은 최근 수직적 지배구조의 파괴를 선언하고 총수의 권한을 위원회(계열사)에 넘기는 경영합리화 전략 ‘따로 또같이 3.0’을 발표했다. KT&G역시 칼 아이칸의 경영권 위협 이후 고배당 정책으로 주가를 관리하는 등 해외 헤지펀드에 혼난 기업들은 겉으로라도 지배구조의 개선과 주주권리 강화에 애쓰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늘 ‘글로벌’을 외치면서도 지배구조에 있어서만큼은 ‘골목대장’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호소로 언제까지 소액 주주와 국민이 대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용인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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