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구혜선 감독 “연기로 모은 돈 영화 제작에 투자”

입력 2012-11-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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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구혜선을 닮았다. 올해 스물아홉…서른을 앞두고 있는 연기자 구혜선이 메가폰을 잡았다. 카메라 앞에 서는 대신 모니터 앞에 앉아 현장을 진두지휘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본격 상업 영화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모험이었다.

◇감독을 닮은 영화…투자 못 받아 자비 털어 제작

샴쌍둥이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복숭아 나무’는 구혜선 필름 제작이다. 고개를 갸우뚱 할라 치니 “투자를 못 받아서 제가 회사를 차렸어요”라고 통 큰 대답이 돌아온다. 영화 ‘복숭아 나무’는 지난달 31일 개봉했다. 남상미 조승우 류덕환 등 티켓 파워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배우들의 출연이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다. 거기에 연기자 구혜선이 메가폰을 잡았다고 하니 개봉 전부터 세간의 화제 거리가 되긴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감독에 대한 편견이 우선이었을 것이며 다소 대중성이 부족한 이야기가 구성이 두 번째 이유였을 것이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대중적’이라는 평가는 주관적인 것이잖아요. 시장에 내놓았을 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완성 한 지 3년이 지났어요. 영화사에 보여주었을 때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제가 회사를 차렸죠. 직접 전액 투자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물론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제가 부잣집 딸도 아니고… 연기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을 한 번에 쏟아 부어야 했던 일이니까요. 다행히 완성한 영화를 갖고 일부 투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 목표는 투자해 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거예요. 최소 관객 40만 명은 들어야 하는데….”

뚜껑을 연 영화는 동화 같았고, 밝았으며 잔잔했다. 다소 진부한 설정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면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흐름은 자연스러웠고, 영상은 예뻤다. 이야기는 극 후반으로 갈수록 가슴 찡한 공감과 함께 눈물을 감출 수 없게 한다. 특히 미장센 대목에 있어서는 이의를 제기할 이가 많지 않을 만큼 스크린을 예쁜 영상으로 채운 점에서 구혜선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은 합격점을 받았다.

“나는 굉장히 게으른 감독이었어요. 모니터 앞에 앉아만 있었는데 예쁜 그림이 나왔죠. 빛이 많았던 것은 조명 감독의 작품이었고, 그림이 예뻤던 것은 촬영 감독의 공이죠. 알아서 잘 해줘서 내가 특별히 주문할 게 없었어요.”

‘복숭아 나무’로 높이 평가 받는 대목에 이르자 적잖이 몸을 낮추는 모습이다. 출연 배우들의 바쁜 스케줄 탓에 인터뷰 등 홍보 활동을 도맡은 그녀는 그야말로 궂은 일 전담이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대견해 하는 부분은 있다.

“얼마 전에 허진호 감독을 만났는데 ‘끝까지 해냈다는 게 잘 한 것’이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해 낸 것이요. 나 스스로 대견해 하고 있죠.”

연기자로서 결정된 차기작은 없어도 감독으로서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갖고 있는 구혜선, 그녀의 행보에 물음표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이치다. 이제 첫 상업 영화 ‘복숭아 나무’를 세간에 내놓고 “얼른 놓아주고 싶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그녀는 이제 감독이다.

◇서른 즈음에… 구혜선는 훌쩍 자랐다

구혜선은 얼짱 스타다. 얼짱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고 데뷔했으며 화제를 모았다. 3년 쯤 전, 자아를 찾는데 몰두했던 그녀는 그 결과물로 영화 ‘복숭아 나무’를 세상에 내놓았다. 데뷔 10년… 20대를 오롯이 연예활동에 바친 젊음이 갈구하는 자아는 누구라고 피해 갈 수 없는 갈증이었을 터. 혹자는 사건 사고로 미디어의 사회면을 장식할 지모를 일이지만 구혜선은 스스로를 농익게 했다. 또래 연예인들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성숙함이 엿보였다.

“영화 속 샴쌍둥이를 보면,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보기 싫다고 해서 고개를 돌리면 반대편 사람이 보게 되요. 한 사람이 편하고자 하면 반대편 사람이 불편해지고… 우리는 모두 편하길 바라고, 좋은 것만 보기 바라지만 결국 누군가는 나를 대신해 불편해야 하는 거죠.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과 존재 가치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구혜선은 영화 속에서도 존재의 가치를 역설했다. 몸이 하나인 쌍둥이는 수술을 통해 한 명은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두 신경 쓰지 않는 다른 한 명… 그러나 정작 그가 세상에서 없어졌을 때는 모두 그를 위해 뛴다. 그렇듯 우리는 모두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감독으로서의 구혜선은 대중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영화 ‘복숭아 나무’는 인간 구혜선과 함께 성장한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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