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차트의 경제학]제작사가 목숨거는 차트…"순위는 돈이다"

입력 2012-10-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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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품 소비량이 곧 서열…작품성은 뒷전 흥행 최우선

매스미디어는 시시각각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차트, 영국 UK차트, 유튜브 조회건수 순위를 생중계 하듯 보도한다.“어떤 영화는 기록을 깨기 위해 여전히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다. 그게 말 그대로 ‘도둑’이 아닌가. (대형 배급사와 투자사의)다양한 마케팅에 스크린 독점 등 편법이 난무하는 불리한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김기덕 감독의 날선 비판과 많은 사람들의 질타 속에서도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도둑들’은 스크린 장악 등 물량공세를 멈추지 않고 올 영화 흥행순위 1, 2위에 올랐다.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도 3~4%대의 시청률 때문에 전격 폐지되는 굴욕을 맛봤고 톱스타 고현정 역시 낮은 시청률 앞에서 ‘고쇼’의 종영을 쓸쓸하게 지켜봐야한다. 선정성과 폭력성, 자극성에 대한 비판에도 시청률 순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막장 드라마를 속속 편성하기도 한다.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한 가수는 사생활까지 조작해 논란을 야기하며 판매나 다운로드 건수를 올려 순위차트 상위에 오르려한다. 심지어 일부 제작사는 직원을 동원해 영화표 사재기와 음원을 다운받아 순위 차트를 상승시키려 한다.

드라마나 영화·음악 제작업체는 차트 순위에 목숨을 건다. 왜 그럴까. 이들 문화 상품은 관람·시청· 청취해 봐야 질을 알 수 있는 경험재이다. 또한 한번 쓰면 반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한 비반복재, 소비를 해도 소모되지 않은 비소모재, 소비를 위해선 돈과 시간을 써야하는 사치재 등 여러 성격으로 수요 예측이 힘들다.

이 때문에 문화상품 제작사는 일정한 팬을 확보한 스타를 기용한다. 인기 만화, 소설 등을 영상화하는 것처럼 다른 시장에서 성공한 문화상품을 재가공한다. 또한 비평가나 대중문화 담당기자의 평가를 활성화하거나 네티즌, 관객들의 입소문을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시상식 수상을 마케팅 기제로 이용하는 등 수요 안정화 전략을 구사한다.

다양한 수요 안정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문화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타인의 소비량(차트 순위)이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었느냐, 그리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했느냐가 문화상품 선택에 중요한 준거로 작용한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소비했을 때만 문화상품의 질을 믿는다.

문화상품의 소비량을 서열화 시킨 차트 순위는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어 보다 많은 소비를 창출할 수 있다. 대중은 매일 매스미디어에 의해 보도되는 영화흥행 순위, 시청률, 음원 다운로드수 등 차트 순위에 관심이 높아 홍보효과가 높은 것이다.

여기에 차트 순위는 문화소외감을 유발시켜 문화상품 소비를 촉진시키는 기능도 한다. 빌보드차트 2위에 올라선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1000만 관객을 동원한‘도둑들’‘광해’, 30%대 시청률을 기록한‘해를 품은 달’같은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상품을 소비하지 않을 때 커뮤니티 구성원들과의 대화가 되지 않는 등 문화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람들은 차트 순위 상위에 포진된 문화상품을 어쩔 수 없이 소비하게 된다.

순위 차트는 광고, 스타의 몸값 상승 등으로 이어져 더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도 높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광고 수입과 직결되는 동시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몸값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흥행 순위 상위를 기록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출연료가 높아진다. 음반과 음원에서 순위 차트 상위에 오르면 가수의 무대공연 개런티가 상승한다.

문화상품 제작자들이 결사적으로 차트순위 상위에 포진하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나 음악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구사한다. 일부 제작사는 자신이 만든 문화상품 사재기에 나서 차트 순위에 인위적으로 포진시키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보다 많은 소비와 경제가치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차트 순위는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문화상품에 대한 소비 쏠림현상을 가속화해 문화의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역기능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화·드라마·음악의 경제적 이윤 창출에 무게가 실리면서 차트 순위 상위를 점령하기 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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