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 기자가 본 생전의 조경환은?

입력 2012-10-14 10:07 수정 2012-10-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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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의 영원한 조형사, 조경환 별세

▲사진=MBC 제공

황망했습니다. 전MBC 드라마국장이자 ‘호랑이 선생님’ 연출자인 김승수 서울예대 교수의 전화를 받고 한참 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선굵은 연기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중견 배우 조경환씨가 13일 간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입니다.

올해 방송된 tvN ‘노란복수초’에서 특별출연 한 모습을 보았기에 더욱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경환씨의 별세소식을 듣고 촬영현장에서 그리고 사석에서 만났을때 모습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조경환씨는 1969년 MBC 탤런트 공채 1기로 연기를 시작한 뒤 1970년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수사반장’에서 최불암 김상순 등과 함께 형사로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고 ‘호랑이 선생님’으로 초중고 청소년들에까지 사랑을 받았지요. 그리고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던 ‘종합병원’ ‘모래시계’ 등 현대극과 ‘왕과비’‘대장금’‘이산’ 등 국민 사극에서 선굵은 카리스마 연기를 펼쳐 수많은 시청자 특히 남성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지요.

저는 청소년시절 ‘수사반장’을 보면서 조경환이라는 연기자를 처음 알았고 대학생 때 ‘호랑이 선생님’을 보면서 조경환이라는 연기자의 존재감을 느꼈으며 ‘종합병원’과 ‘모래시계’를 보면서 연기의 깊이를 느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한국일보에서 방송 등 대중문화를 담당하면서 촬영장에서 그리고 사석에서 청소년시절 TV화면을 통해 만났던 조경환씨를 만나게 됐지요. ‘왕과 비’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엄청난(?) 체구에 한번 놀라고 정교한 연기력에 두 번 놀랐으며 그리고 자상하게 질문에 답하는 모습에 세 번 놀랐습니다.

화면 속에서 존재만으로 강렬한 카리스마가 나오는 것을 촬영장에서의 연기 모습을 보면서 왜 그런지를 알게 됐습니다. 상대배우와의 연기를 하면서도 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연기 스타일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조경환씨를 조형사로 기억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들이 많을 겁니다. 그것은 1971·년 방송돼 1989년까지 18년 동안 방송된 ‘수사반장’ 때문일겁니다. 수사반장역을 한 최불암씨와 인터뷰 등으로 자주 만나면서 ‘수사반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최불암씨는 한번은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며 술자리에 기자를 불러냈습니다. 바로 촬영장에서 몇 차례 만났던 조형사 조경환씨였습니다. 반갑다며 악수를 하면서 내민 손에서 느끼는 느낌은 큰 등치에서 느껴지는 위압감보다는 부드러움이었습니다. 다변은 아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건넬 때마다 자상함이 묻어났습니다. 그 순간 아내를 먼저 보내고 딸을 혼자서 오랜 시간 뒷바라지한 조경환씨의 모습을 떠 올렸습니다. ‘종합병원2’제작발표회장에선 조경환씨는 “‘종합병원2’에 내가 나오니 의사인 사위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위가 많이 병원의사에 대해 조언해준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사위 자랑을 했지요.

‘수사반장’을 연출했던 이연헌 전MBC PD는 “조경환은 연기의 안정감이 있었고 캐릭터을 잘 살려내는 연기자다. 그리고 다른 연기자의 연기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도 뛰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호랑이 선생님’의 김승수PD역시 “조경환씨의 연기는 드라마의 연기의 템포와 긴장감을 조율할 정도다. 선굵고 남성적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래서 남성 시청자들이 특히 좋아했다”고 설명합니다. 최불암은 “참 정이 많은 친구다. ‘수사반장’을 하면서 동료 연기자라기 보다는 가족이었지”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사진=MBC 제공

‘대장금’과 ‘이산’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조경환씨는 대학에 강의를 나간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교수가 가장 훌륭한 선생이다. 배기자도 대학에서 학생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을 건넸지요. 조경환씨는 우석대학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하면서 후학지도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사를 수놓았던 큰 별, 조경환씨가 13일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습니다. 좋아하던 연기를 하늘나라에서도 하셨으면 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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