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선택 2012]박근혜, ‘원칙과 신뢰’ 이미지 한편에 ‘불통’ 완고함

입력 2012-10-04 11:32 수정 2012-10-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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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인물탐구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박정희’와 ‘원칙과 신뢰’, ‘선거의 여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딸인 박 후보는 11살 때인 1963년부터 18년 동안 청와대에서 생활했다. 22살 되던 1974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총탄 피격으로 서거,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때까지 5년간 사실상 ‘퍼스트 레이디’로 살았다. 이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서 보고 배운 정치관과 국가관, 안보관 등은 박 후보의 정치적 근간이 됐다.

박 전 대통령 서거 후 8년여 간 은둔한 박 후보는 1988년부터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키는 등 공개활동을 통해 박 전 대통령 명예회복에 힘썼다. 1990년엔 동생 근령씨와의 갈등으로 육영재단 이사장을 그만두고 다시 칩거에 들어간다.

박 후보는 “흉탄에 부모를 잃은 뒤 평범한 삶을 바랐다”고 했지만 ‘IMF 경제위기에 처한 나라를 반석 위로 다시 올리겠다’는 생각에서 1997년 12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 입당,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이듬해 4월 치러진 대구 달성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 올해 19대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올랐지만 15년 정치인생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얻기까지 굴곡진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박 후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거세던 17대 총선을 지휘, 천막당사를 짓고 붕대투혼을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지원유세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한 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모습은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거셌던 때엔 정부에 전면으로 맞서 원안을 지켜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2년 총재직 폐지와 상향식 공천제 및 대선경선 국민참여경선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당시 이회창 총재와 갈등을 빚다 탈당했던 전력은 후일 당내에서조차 공격의 빌미가 됐다. 처음 대권에 도전했던 2007년엔 이명박 후보와의 경선에서 여론조사에 뒤져 고배를 마셨다.

올해 두 번째이자 마지막 대권 도전에 나선 박 후보는 당내 마땅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2007년보다 강력해졌다. 패배가 예상됐던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당명 및 정강정책 개정 등으로 당을 리모델링한 뒤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는 저력을 보였다.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오른쪽)과 함께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여기에 강고한 보수 이미지를 스스로 벗고 중도층에 손을 내미는 등 외연 확장에도 주력하는 모양새다. 특히 경제정책에서는 2007년 성장 중시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포기하고 골목상권 붕괴, 양극화 심화 등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은 중산층들을 위해 경제민주화 실현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에 대해선 진보진영 인사도 “아버지를 닮아 경제제일주의자이면서도 아버지를 닮아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증거다. 시대정신을 잘 잡았다”(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고 긍정적 평가를 내릴 정도다.

그러나 그에겐 박정희시대에 대한 역사적 평가 논란, 불통 리더십, 여성 후보로서의 한계 등 넘어야 할 과제들도 엄존한다.

특히 최근 사과 기자회견으로 일단락 지은 과거사인식 논란은 향후 진정성 있는 행보가 이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부터 일관되게 밝혀왔던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야권의 집요한 검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후보의 ‘불통’ 지적은 소신이나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는 ‘융통성 부재’와 ‘독선적’이라는 두 측면에서 제기된다. 이 가운데 더 아픈 건 독선적이란 비판인데, “유신에서 정치를 배운 박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 권위주의적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김형준 명지대 교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 후보라는 점은 여성 지도자들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층에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 여성 대통령을 맞기엔 이르다’고 주장한다. 또 박 후보가 여성 후보로서 기대되는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을 가졌느냐 하는 점에서도 물음표가 찍혀 있다.

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부녀 대통령, 최초의 독신 대통령 등 상징성과 의미, 그리고 주목도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와 달리 민주적이고 정당한 절차를 밟아 최고 권좌에 오른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이 자신의 중대선거에만 적용되지 않는 역설적 상황에 다시 놓이지 않기 위해선 진정 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고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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