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그 후 4년]한국 증시만 이상고온…미국·유럽발 유동성 태풍 주의보

입력 2012-10-02 08:44 수정 2012-10-0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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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물지 않은 상흔

2007년까지 사이좋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세계 각국 증시는 세계 경제와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무너지면서 뿜어낸 광풍에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그 후 4년. 실물경제는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세계 증시는 ‘리먼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한듯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리먼사태의 상처가 남아 있다.

◇한국은 모범적 위기극복 사례?=4년전 리먼사태로 글로벌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증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에도 쓰나미처럼 덮쳐왔다. 2007년 말 사상 최고로 치솟았던 코스피는 1년 새 57%나 추락했고 주식시가총액 1100조원 중 600조원이 날아갔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코스피지수는 4년 전에 비해 40% 넘게 오르며 다른 국가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지난 27일 코스피 지수는 1988.70으로 마감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거래일인 2008년 9월16일(1387.75)에 비해 43.33% 오른 것이다. 코스피지수 상승률로만 보면 미국 S&P500(20.44%), 다우(22.13%), 나스닥(42.86%) 등 선진 증시와 홍콩 항셍(9.71%)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 대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90% 이상의 영업점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싸늘한 시장. 최근 여의도에는 다시 구조조정 칼바람 소문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증시만 올라가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리먼 파산 이후 세계경제는 4년 동안 저성장과 고실업에 고통을 받아 왔고 부동산 역시 과거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단지 주가만 리먼 파산 직전보다 높은 것이다.

각국이 풀었던 돈을 거두기 시작하면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증시가 역풍을 맞을 우려도 높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는 터여서 당장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위협이다.

실제로 최근 지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래대금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21일 다시 5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유동성 장세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Q3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리먼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하반기만 해도 당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2330억원대였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1000~1500을 오갔고 코스닥지수가 400이 깨진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거래 위축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거래대금이 일평균 6조5000억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수준으론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형사는 90%, 중소형사는 95% 이상의 영업점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기 변동성도 심화됐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2004년부터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까지 코스피지수가 2개월 안에 10% 이상 빠진 횟수는 6번이었지만 2008년 9월 이후엔 8번으로 늘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먼 파산 이후 단기적인 성격의 유럽 헤지펀드 자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한국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형=리먼사태는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주식거래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업계가 대대적으로 살을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은행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리먼이 파산하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 투자은행’구조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투자은행은 주식·채권 등을 인수하고 판매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으로 증권사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수수료 인하 경쟁에 지친 국내 증권사도 새로운 수익모델로 미국식 투자은행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투자은행 경험을 지닌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의 몸값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리먼 파산 이후 투자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파생상품 영업에 주력해 온 글로벌 투자은행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왔다”며 “증권사들의 향후 전략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당시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들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와 같은 고수익·고위험 사업부문을 대폭 축소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했다.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급락한 주가는 곧바로 반등세를 회복하며 증권업계는 오히려 활력을 되찾았다. 2007년 말 127조원이었던 증권사 자산규모는 2009년 164조원, 2010년 말 200조원에 이어 2011년 말 235조원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덩치에 비해 수익성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수익을 다각화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행태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유럽발 금융위기로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증권업계는 또다시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2곳의 올해 상반기 말 전체 직원 수는 이미 작년 말에 비해 1.9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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