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그 후 4년]수수료 의존 무방비 상태서 직격탄…CMA 등 활로 모색

입력 2012-10-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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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수익구조

지난 2008년 9월15일 금융 자본주의의 최선두에 서 있는 미국 뉴욕 월가에서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대형 투자은행(IB)인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것이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전 세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세계적 은행이 무너진 충격에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리먼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는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국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지수는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 1000포인트선까지 추락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던 증권사들의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절반이상 하락한 것이다.

◇오로지 수수료 수익 의존 = 리먼사태 이전까지 증권사들은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고객들의 주식거래를 대행해준 뒤 수수료를 받는 매우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해왔다. 증권사 위탁매매 영업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도 주식시장이 일정 수준의 거래대금만 유지하면 안정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치면 ‘지수상승=브로커리지 호조세’ 법칙이 성립됐다. 대세상승장 기대에 따른 투자심리 호조로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8년 회계기준으로 국내와 미국ㆍ일본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와 선진국형 구조와는 큰 차이를 드러냈다.

수익구조별로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황에 민감한 위탁매매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국내 증권사들의 지난 2008년 회계기준으로 볼 때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6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자기매매 24% △펀드판매 8% 등이 뒤를 이었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위축 현상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권사 중 전체 수익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10대 증권사라고 하더라도 평균적으로 4%에 불과했다.

당시 증권사 수익구조에 대해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수탁수수료 수입 위주의 증권사 경영은 주식거래가 활발할 때와 부진할 때의 수익 변동 폭이 커서 '천수답 경영'이라는 오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CMA 성장으로 증권사 다양한 수익원 창출 = 2009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은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지급결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금융권역을 넘나드는 경쟁도 가능해졌다. 금융위기로 큰 내상을 입은 글로벌 IB들의 빈자리가 크다는 점도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됐다.

증권사들은 지급결제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CMA는 원래 종합금융회사의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수시입출금식)이었다. 은행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 우량 어음 및 채권 등으로 자산을 운용해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실적배당 상품을 말한다.

CMA의 경우 그 자체가 직접적인 수익원이 되긴 어렵지만 중심 역할을 하는 상품으로서 교차판매와 신상품 개발 등으로 이어지면 증권사의 위상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CMA 잔고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권사들의 채권운용 규모도 커졌다. 이처럼 수익원이 CMA로 확대되자 증권사들의 이자수익도 확대됐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대형 6개 증권사의 2008년사업연도 채권운용수익은 4717억원으로 직전 연도 712억원에 비해 무려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시 증권사들의 CMA 수익 확대에 대해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CMA계좌잔액이 증가하면서 채권운용 규모가 늘어나 이자수익과 운용손익 개선에 대한 기대도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CMA 계좌가 증가하고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되면서 증권사들은 이제 단순히 브로커리지 업무와 한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주식, 펀드, 채권, ELS, 선물, 옵션 등 여러 상품으로 나눠 관리해 주는 서비스인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증권업 넘어 퇴직연금에서 보험까지 = 증권사들은 최근 퇴직연금과 보험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을 개정하면서 등장한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퇴직연금 적립금 비중이 작았던 증권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IRP란 근로자가 퇴직금을 자신 명의의 IRP계좌에 적립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IRP의 주체는 퇴직을 했거나 이직을 준비중인 개인이기 때문에 기업중심인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보다 은행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계급장을 떼고 서비스로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또한 증권사들은 방카슈랑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방카슈랑스란 ‘은행’과 ‘보험’의 합성어로 보험 상품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자산관리 시장이 ‘저금리 시대’와 ‘절세 상품’에 초점을 두면서 이에 부합한 금융상품으로 즉시연금보험, 저축성보험 등이 부각되자 증권사들도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대하며 수익 확보를 꾀하고 있다. 특히 연말 종료되는 즉시연금상품의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위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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