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 집중분석] 일본 ① 130년 역사 일본은행, 20년 장기불황·엔고와 전쟁 중

입력 2012-09-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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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제로금리·양적완화 실시…2003년의 일은포 사건 등 엔고 저지에도 적극 나서

130년 역사의 일본은행(BOJ)이 20년 장기불황과 함께 엔고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BOJ는 지난 1882년 6월 메이지 유신 때 출범했다. 1913년 세워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보다도 역사가 오래된 셈이다.

2차 세계대전 패망과 1970년 오일쇼크 등 설립 이래 수많은 부침을 겪었으나 BOJ가 최근 처한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평가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일본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5.6%, 중국은 10.1%의 성장률을 각각 기록했다.

일본은 세계 2위 경제국 자리를 지난 2010년 중국에 내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236%로 세계 최악의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황에도 엔 가치는 오히려 올라 일본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엔의 명목실효환율(주요 통화 대비 상대 가치)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30% 올랐다.

BOJ는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펼쳤다.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모두 사실 BOJ의 정책을 본뜬 것이다.

BOJ는 지난 1999년 4월 세계 최초로 단기 금리를 실질적으로 0%로 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01년 3월에는 세계 최초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음에도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엔을 찍어내 국채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려 한 것이다.

두 정책 모두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내수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였다.

BOJ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 2010년 10월 기준금리를 종전 0.1%에서 0~0.1%로 인하했다. 이후 지금까지 동결하며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채와 기타 자산을 사들이는 45조 엔 규모의 자산매입기금과 25조 엔 규모의 고정금리 신용대출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엔고를 저지하기 위한 BOJ의 행보로는 이른바 ‘일본은행포(약칭 일은포, 日銀砲)’ 사건이 유명하다.

BOJ가 지난 2003년 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15개월간 이라크 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에 헤지펀드들이 엔화 강세에 베팅하자 이를 막으려고 무려 35조 엔을 매도한 것이 일은포 사건이다.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 대규모로 엔을 방출한 것이 마치 전쟁 시 포를 쏘는 것과 같아 일은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BOJ의 엔 매도가 끝나자 달러·엔 환율이 개입 이전보다 더 낮은 104 엔으로 떨어져 일은포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디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을 견제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2008년 금융위기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엔 가치는 뛰고 있다.

지난해 10월31일 엔 가치는 달러에 대해 75.35 엔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78 엔대라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 하반기 BOJ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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