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여성파워] 성공한 여성 금융인을 만나다

입력 2012-08-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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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핑계 대지 말라… 공들인 만큼 성과 나온다"

“여성으로서의 불리함이요? 물론 있었겠죠. 하지만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전에 과연 내가 그 자리에 베스트였는지를 먼저 뒤돌아봤습니다. ‘여자’라는 말, 결국 그럴듯한 핑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 상무

“이 바닥에서 제가 느낀 게 뭔지 아세요? 바로 공들인 만큼 성과는 나온다는 것이에요.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좌절도 많았죠. 앞으로 달려가는 것도, 뒷걸음질 치는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실하게 일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것이 쌓여 있을거에요.”-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

유리 천장을 극복하고 금융업계 상위 1%로 우뚝 선 여성 금융인들의 저력은 무엇일까. 우리투자증권에서 첫 여성 임원으로 임명된 ‘금융 베테랑’ 오세임(51)씨. 연구소에서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겨 현재 국내 유일의 리서치센터장의 영예를 안은 이원선(44)씨.

부드러운 목소리와 강한 어조가 어울리며 묘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오세임 우리투자증권 상무. 1984년 씨티은행으로 입행한 후 드레스너 클라인워트 와셔스틴 증권 업무총괄이사를 거쳐 바클레이즈 파이낸스부 상무, 한국씨티은행 PB사업부문 경영관리부장, 골드만삭스 은행 업무총괄상무를 역임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 오퍼레이션& 테크놀러지 담당 상무를 맡고 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치열했을것 같은데요?

오 상무= 대학에서 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한 그룹사의 IT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시티은행에 들어가게 됐죠. 전산 출신을 뽑으려고 했는데 당시만 해도 4년제 대학에 전산학과가 없어서 수학과인 제가 뽑혔어요. 이후 시티증권,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은행, 증권사에서만 26년간 일을 해왔죠. 맡은 업무는 경영, 재무관리, 오퍼레이션, IT, HR 등 다양했어요. 지금도 오퍼레이션과 IT를 맡고 있지만 그렇다고 IT 분야만 전적으로 맡은 적은 없어요. IT와 계속 손 잡고 오다 IT를 맡게 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이 센터장= 1994년에 대우경제연구원에 입사했고 이후 대우증권으로 옮겨 퀀트 애널리스트로 일을 해왔습니다. ‘퀀트(콴터테이티브·Quantitative)’란 계량분석으로 철저하게 숫자,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기법이에요. 퀀트 애널리스트는 주관적인 판단 없이 데이터만을 분석해 주가와 파생상품 가격 등의 방향을 예측하죠. 퀀트 일을 하면서 리서치 센터장의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쉴새 없이 바쁘죠. 하지만 현실적인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센터장 사진, 고이란 기자
◇대표적 업무 성과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오 상무= 시티은행이 국내에서 첫 증권 라이선스를 획득했을 때 시티증권 셋팅 업무를 맡았어요. 그러다 1996년 말 드라이너 클라이워크벤슨(DrKB)이 국내에 처음으로 문을 여는데 창립 멤버로 참여하게 됐죠. 영국인 두 명과 저 이렇게 셋이서 회사를 세팅해야 했어요. 사무실 임대부터 인사, 경영, 총무까지. 회사 운영에 대해 많이 공부한 것 같아요.

이 센터장= 퀀트 애널리스트로서 오랫동안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해오다보니 보고서가 시장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을 때 기쁨을 느껴요.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기가 안좋아서 경기민감주인 IT업종과 자동차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 많았어요. 하지만 토러스는 환율이 도와주고 있고 자동차 대표기업들도 성장을 해와서 오히려 지금이 이때가 기회라고 전망했죠. 근데 이게 맞아 떨어졌어요.

◇ 여성 금융인에 대한 시각이 틀려졌다고 느끼시는지.

오 상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직장생활, 경제활동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 자체가 많이 바뀌었죠. 특히 금융권의 경우 여성 고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죠. 자산관리를 부인들이 하는 경우도 많고 골드미스들도 늘어나고. 사회가 바뀌니까 자연스레 기업문화도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센터장= 지금 젊은 분들은 상상도 못할꺼에요. 남자직원과 있으면 바로 앞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어요. 불과 15년전만해도 그랬죠. 전화를 받으면 ‘남자직원 바꿔주세요’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금융회사에 일하는 여자에 대한 수준이나 전반적인 것에 대해 낮게 보고 폄하했습니다. 근데 그게 광징히 빠른시간안안에 바뀌었어요. 몇몇안되는 극소수의 여자 애널리스트가 주가도 잘 판단하면서 부각되며 스타로 떠오르고 있죠. 운용쪽에서도 매니저분들 많이 나왔습니다. 전문여성인으로 이제 인정을 해주는 것 같아요.

◇삶의 좌우명과 철학이 있다면?

오 상무= 어머니께서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투정부리거나 할 때면 핑계대지 말라고 말씀하셨죠. 저도 경영학, 영어를 전공하지 않은 여성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에만 20년 넘게 일했어요. 결혼해서 두 아이도 키워야 했죠. 모든 것이 부족하고 불리했지만 부족하면 메꾸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정말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성공만큼 실패도 어렵습니다.

이 센터장= 철학까지는 아니지만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죠. 바로 공들인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에요. 상황이 이렇게 바뀔꺼니까 노선을 바꿀꺼야, 빨리 이런식으로 선택해야해 등 결국 예상한대로 환경은 오지 않아요. 그냥 내가 하던대로 하면 환경이 변하죠.

이게 현명한 삶의 자세가 아닐까 싶어요. 10년동안 좌절이 많았어요. 성공을 못할수도 있을까, 전업을 해볼까 등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죠. 그러나 공부를 다시하거나 전업을 하지 못한것은 솔직히 말하면 용기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그냥 내 자리에서 있으면서 성실하게 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뭔가 쌓여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꼭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 상무= 지금도 사회생활 하는 후배들을 보면 내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막상 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일단 시도해 봐”.

이 센터장=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4년정도 너무 힘들었던것 같아요. 너무 경쟁도 치열하고 취업도 안되고. 지금은 힐링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한발짝뒤로 물러서서 먼미래를 보면서 일이 안풀릴는 이런 시간들을 잘 넘겨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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