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은퇴설계, 부부 중심으로 하라"

입력 2012-08-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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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은퇴’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하나같이 막연한 대답을 늘어놓으며 은퇴를 먼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러다 막상 직장을 떠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기 시작한다. 노후를 불안해하면서도 준비는 차일피일 미룬 대가를 뒤늦게 치르는 것이다. 예순에 퇴직한다고 해도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는데,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는 여러 가지로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기나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은퇴계획을 세우는 데도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행복한 은퇴의 첫걸음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은퇴를 복잡한 문제, 회피하고 싶은 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은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숨을 ‘은(隱)’자와 물러날 ‘퇴(退)’자가 만나 만들어진 말로, ‘하던 일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 한가롭게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은퇴(Retire)는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20~30년을 힘차게 살아가는 개념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이미 선진국 국민은 은퇴기를 '황금시대(Gold age)' 혹은 ‘서드 에이지(Third Age)'라고 부르며 은퇴하기 위해 일한다고 할 정도로 애타게 은퇴를 기다린다.

두 번째로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은퇴하면 더이상 눈치 볼 일 없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꿈같은 삶'이 기다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6개월이나 1년만 지나면 은퇴 생활의 신선함은 떨어지고,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된다. 은퇴의 본질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데 있다. 은퇴 이후의 자유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나만의 관심사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휴일이란 지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결국 분명한 삶의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는 은퇴생활이 천국이지만, 목표가 없는 사람에게 은퇴는 지옥일 수 있다.

세 번째는 두루 준비하라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장 자크 상뻬가 쓴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라는 책을 펼치면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그림이 등장한다. 다음 장, 또 그다음 장을 넘겨도 자전거를 타는 그림뿐이다. 상뻬는 이 그림을 통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전거는 균형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갈 수 있다. 은퇴준비에도 똑같은 공식을 적용해볼 수 있다. 은퇴준비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후생활비와 의료비를 중심으로 한 재무적인 준비가 전부가 아니다. 비재무적인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은퇴생활도 균형을 잡지 못한 자전거처럼 중심을 잃고 무너지게 된다. 가족과 사회활동, 취미나 여가, 건강 등으로 균형있고 종합적인 ‘행복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년층은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첫 번째 세대다. ‘자식농사’가 가장 믿을 만한 노후대책이던 시대는 끝났다. 나이 들어 의지할 곳은 자식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배우자인 것이다. 따라서 은퇴에 필요한 비용을 엄밀하게 예측하고 싶다면 부부 중심의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부부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노후를 단계별로 그려보면 어떠한 준비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알 수 있다. 은퇴 후 노후생활은 은퇴시점에서 70대 중반까지 이르는 활동기와 7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이어지는 회고기, 다시 70대 후반에서 사망시점까지 지속되는 남편 간병기와 부인 홀로 생존기라는 4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마지막 단계인 부인 홀로 생존기다. 일반적으로 아내는 남편을 보내고 10년을 홀로 살아야 한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7년 정도 긴데다, 대게 2~3살 위의 남성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인 홀로 살아가게 될 노후를 부부가 함께 준비하고 부인의 입장에서 은퇴를 설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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