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조건"

입력 2012-08-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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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말 백성들의 생활 형편은, 말 그대로 말이 아니었다. 무신집권 기간과 몽고의 지배가 계속되면서 농토는 피폐해지고 산업기반은 무너졌다. 권문세족과 호족들을 중심으로 권력남용과 부패가 만연하면서 양민의 토지를 약탈하고 평민을 자기 집안의 노비로 만드는 일이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

고려사에서는 부자들은 산천을 경계로 할 만큼 넓은 토지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가난한 자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등장한 인물이 바로 신돈이다. 개혁군주 공민왕에 의해 이름 없던 승려에서 일약 국정운영의 제2 인자로 발탁된 것이다.

신돈은 국왕과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전민변정도감’이라는 관청을 설치하고 권력자들과 부호들이 강탈해간 토지를 다시 농민에게 돌려 주고 양민에서 노비가 된 사람들은 모두 신분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러나 농민들과 노비들 사이에서 “성인이 나왔다”고 칭송받던 신돈도 권력의 정상에 오르자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부정축재와 여색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개혁지도자로서의 도덕성을 잃고 말았다. 당연히 기회만 노리고 있던 수구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였고 끝내는 반역죄로 처형되고 말았다.

신돈의 몰락은 지도자의 도덕성과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을 망치는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뛰어난 솜씨로 적어도 10년은 적수가 없었을 같았던 운동선수나, 그 인기가 한없이 지속될 것 같았던 유명 연예인들이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나락으로 떨어지고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간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이런 점에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철저한 자기수양과 관리를 삶의 기본으로 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시대의 군자들에게는 먼저 자기를 바르게 한 다음 세상에 나가 도덕의 실천자로서 자기보다 못한 백성을 교화시켜 나간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자기를 갈고닦는 것(修身)은 가정을 이끌어가는 문제에서부터(濟家),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제하는 일(治人)의 기본이었다. 자기관리가 안된 사람은 감히 세상에 얼굴을 내밀 수도 없었고 나서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를 위해 안으로 학문을 연마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은 물론 밖으로는 의관을 바르게 하여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게 했다.

오늘날 입장에서 보면 비실용적이기 짝이 없는 긴소매와 큰 갓도 자기 수양의 한 방편이다. 긴소매 옷을 입고 방정맞게 행동할 수 없으며, 갓을 쓴 채 함부로 기대거나 자리에 누울 수 없다. 스스로 자세를 엄격히 하는 외적인 방법을 통해 내면의 깊이를 더해간 것이다.

선거가 있거나 고위공직자 임명을 위한 청문회가 열릴 때 마다 지도자의 자질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모두가 존경할 만한 사람도 많지만 때로는 보통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보통 사람과 달라야한다. 지혜와 능력,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실천력도 남달라야 하지만 도덕적으로도 단연 뛰어나야 한다. 이는 공익과 사익을 둘러싼 자세의 문제요, 일상의 행복, 권력, 재산, 명예 등 우리가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중 선택의 문제이다. 지도자는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긍지와 명예 외에 또 다른 세속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한평생 무엇을 추구하는가’ 라는 물음에 항상 대답할 수 있고, 그 가치를 위해 헌신해왔고, 지금도 헌신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 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이는 하루 이틀에 되지 않는다. 자녀를 이 사회의 지도자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라면 자녀의 어린시절부터 철저히 준비시키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고상하거나 일반인과는 격리된 도인(道人)이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지도자가 보통사람들의 애환이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책상머리리더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행동하되 보통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자기관리와 도덕성이 함께할 때에만 참다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지도자의 길, 남 앞에서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그 일에 평생을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은 보통사람과는 다른 자기관리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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