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성주호 경희대 교수 "연금조세정책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12-07-24 10:35 수정 2012-08-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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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호 경희대 교수
옥스퍼드 사전에 실릴 정도로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빨리빨리’라는 우리만의 말처럼, 우리나라에는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해 있다. 이것이 전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IT산업을 초일류로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 때문인지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도 말 그대로 ‘빨리빨리’이다. 대표적 고령국가인 일본의 고령화 속도보다 우리는 10년이나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우리는 100세 시대 이슈라는 시급한 국민적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경제성장을 온몸으로 뒷받침해왔던 714만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러나 미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은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으면서 이들의 상당수가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연금과 같은 꾸준한 현금흐름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이들의 가계자산 중 80%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처럼 우리의 베이비붐세대는 주택은 있지만 생활비가 없는(House rich, Cash Poor) 은퇴계층으로 자주 언급된다. 물론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수령할 수 있는 주택연금제도가 2007년도에 이미 도입되었지만, 이를 통한 은퇴설계는 아직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이를 활성화하여 정책적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주택연금을 연금소득의 예외로 인정하여 연금소득세를 면제하는 적극적 조세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 문제는 이미 현실화 되었으나, 더욱 크고 중요한 문제가 잠재되어 있다. 바로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세대 간 갈등 문제이다. 고령화로 인해 청년층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들이 점차 많아져 젊은 세대는 많이 부담하고 적게 혜택을 볼 수밖에 없게 되면서 이들 계층 간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LG 경제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60대는 조세나 사회보장에 있어 평생에 걸쳐 얻는 순혜택이 2억 원에 달하지만, 30대는 오히려 1억 원 넘게 손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고령화가 진전 될수록 더욱 확대될 것이며, 세대 간 갈등 문제는 국가 재정 위기를 초래하고 사회통합에도 큰 저해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납부 거부 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젊은 세대의 연금 납부율은 60%에 그치고 있다. ‘빨리빨리’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준비도 ‘빨리빨리’ 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경우 이미 공적연금의 재정위기에 따른 수령액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같은 사적연금을 활용하여 노후생활을 스스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미리, 조금씩 그리고 오랜 기간을 준비하는 적소성대(積小成大)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빠른 준비는 느긋한 은퇴생활을 기약한다. 정부에서도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젊은 세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적립한 은퇴자산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더욱 확대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신구간의 복지 형평성에 대한 지루한 갈등의 악순환을 끝내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아울러 우리 경제의 든든한 주춧돌 역할을 하는 장기 금융자산 확충이라는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8월로 예정된 정부의 연금소득 관련 세제개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론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세제혜택은 단기적 세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세제개편에 대한 효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남유럽의 연금재정 위기로부터 촉발된 유로존 경제 전체의 위기를 거울삼아, 위험을 ‘빨리빨리’ 헤지(Hedge)하는 역발상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주호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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