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배고픈 코끼리'가 배워야 할 것

입력 2012-07-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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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경제부장

▲민태성 국제경제부장
7년전 아시아 순회특파원으로 인도를 찾았을 당시 인도는 이미 신천지였다.

인도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의 마천루는 선진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를 방문해 느꼈던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친디아 파트너인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인도의 고위 관료가 수년 안에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랑하던 방갈로르는 조금 과장하면 충격 그 자체였다.

방갈로르 도심은 소음과 공해로 가득했고 도로도 좁아 교통정체가 심했지만 IT단지에 들어서자 인도에 대한 인식은 180도 바뀌었다.

인도를 대표하는 IT아웃소싱서비스기업 인포시스의 회사 규모는 대학 캠퍼스를 방불케 했다.

회사 단지 안에 들어서자 반듯하고 산뜻한 건물 사이로 쭉 뻗은 도로는 마치 잘 짜여진 신도시를 보는 듯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수천명의 직원들이 일시에 식사하러 나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인포시스는 ‘배고픈 코끼리’라는 인도의 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이후 4~5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대세였다.

일각에서는 인도의 높은 교육열과 수학 실력을 감안할 때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의 최강자로 도약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지에서 만났던 인도 최대 일간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편집국장은 ‘주식회사 인도’가 글로벌 IT산업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인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가 최근 실시한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인도의 성장률이 내년 6%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전망치가 7%대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만에 1%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이후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2014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8%에 미치지 못하고 7%대로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를 비롯해 주요 투자기관들은 일제히 인도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했다.

피치는 인도의 성장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대 후반까지 내려잡았다

인도 경제가 2000년대 들어 7%대의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최근 퍼지는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웃국가 싱가포르가 인도의 미래를 걱정할 정도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3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개혁을 통해 인도의 성장률이 향후 10년에 걸쳐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성장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선 개혁법안의 발의 이후 발효까지 보통 2~3년이 걸린다.

주무부처가 개혁법안을 발의하면 관계장관을 비롯해 내각회의는 물론 정부의 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정부가 법안을 검토하면 하원과 상원을 통과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인도 정부는 소매시장을 해외에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야권의 반대로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투자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친디아 동료인 중국과 인도는 결국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시라이 전 충칭 당서기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은 연말 권력이양을 앞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고 인도 역시 정치를 비롯해 대대적인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신흥국 지도자들은 개혁이 없는 성장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보며 선진 경제의 문제만을 탓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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