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3개월 처방시장 성적표 ‘우울’, 외자사만 배불렸다

입력 2012-07-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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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약가인하로 복제약 경쟁력 상실…품목 구조조정 현실화 조짐

보험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깎이는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된지도 3개월이 지났다. 약가인하 후 국내 제약사들이 처음 받아 본 2분기 처방 시장 성적표는 우울했다. 복제약과 오리지널약 가격이 같아지면서 외국계 제약사 제품의 처방 비중이 커진 탓이다. 약가인하가 오리지널 품목을 대거 보유한 외자사들의 배만 불린 격이다.

이같은 오리지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장 인력 감축과 인수합병(M&A)이 여의치 않은 국내 제약사들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오리지널 도입을 통해 품목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2분기 원외처방액 감소…오리지널 위주 처방패턴 심화 = 19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와 증권가 분석자료에 따르면 2분기 원외처방(약국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하락한 2조537억원이었다. 6월 원외처방조제액은 6715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하락해 5월 8.5%에 비해 더욱 부진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약가인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방증한 수치다.

주목할만한 것은 처방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점점 설 곳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원외처방 조제액은 외자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감소한 6485억원이었으나, 국내사들은 11.3%나 줄어든 1조4052억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6월 국내 제약사들의 처방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감소한 67.7%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지난 4월부터 시행된 일괄 약가인하로 오리지널 약값과 제네릭 수준으로 저렴해지면서 다국적제약사 오리지널 위주의 처방패턴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품은 임상 데이터가 풍부하고 사용이력이 길어 의사들이 더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알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약가인하 시행 이후 다국적사들의 국내 점유율 확대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처방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매출 역성장에 품목구조조정 불가피 =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로 이미 제네릭 영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품목 구조조정’없이는 약가인하 시대에 생존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잘 팔리는 오리지널 품목을 들여오고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제네릭은 과감히 포기해야 당장 매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품목 구조조정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나 M&A 카드를 꺼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허윤서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최근 일괄약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 극복을 위해 제약사들이 제품 구조조정을 일순위로 고려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다품종 생산으로 특성화 제품이 없는데다 품목이나 생산설비 중복으로 M&A의 시너지 효과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도 “유휴인력 없이 컴팩트한 고용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국내 업체는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특히 중소제약들의 상당수는 오너가 직접 운영하다 보니 인수 합병에 상당히 부정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미 시장에선 품목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상위 제약사들은 기존 유통망과 영업력을 활용해 수익률 높은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제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베링거인겔하임-한국릴리의 차세대 2형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를 출시한 데 이어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미카르디스정 ’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 녹십자도 최근 노바티스와 수막구균 백신 멘비오의 국내 마케팅·영업에 관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종근당도 미 바이오벤처사와 통증관리 신약 도입계약을 맺었다. MSD·아스트라제네카 등과 코마케팅을 진행해 온 대웅제약은 약가인하를 기회로 매출이 부진한 품목은 과감히 줄이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중소제약사는 제네릭 품목 정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 1000억원 내외의 한 중소제약사는 최근 20~30개 정도의 전문의약품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제품의 원가율이 상승해 중하위 제약사로 내려갈수록 품목별 조정에 대한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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