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더가 나타나야 일본이 산다

입력 2012-07-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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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와 일본의 침몰

위정현 지음, 한경사 펴냄, 1만8000원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의 지진(진도 9.0)으로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25조엔(약 38조원)이다. 그러나 지진과 해일에 의한 피해보다는 더 충격적인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여기에 대한 대응과정이었다. 자위대의 대응은 경악할만 수준이었다. 원자로의 노심이 붕괴위기에 몰리자 최후의 수단으로 자위대의 헬기가 출동해 냉삭수를 투하했지만 원자로 상공의 방사전 수치가 사람의 안전기준치를 초과하는 순간 냉각수 투하를 중단하고 철수했다. 일본이 위기에 직면했을때 단결해 응전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모노즈쿠리(제주업)이 침하되면서 서서히 붕괴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일본인 특유의 업무처리능력은 세계 최강인 제조업의 무기라는 것. 그러나 이제 창조적인 사고가 없다면 역량발휘는 불가능하는 것, 그리고 일본은 지금 사원(思原)국가가 돼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일본통인 위정현 교수(중앙대 경영학부)의 근작인 ‘인터넷시대와 일본의 침몰’은 글로벌 시대에 일본사회가 안고 원초적 문제점을 날카로운 핀셋으로 ‘콕콕’집어낸다.

‘일본은 경제침체에 빠진 19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자신감의 상실이다. 장기불황에 따른 경제침체는 물론이고 세계가 모노즈쿠리에서 IT시대로 이행할 때 일본은 그 흐름에서 완전히 소외된 것이다. 자신만한하게 세계를 지배했던 일본형 비즈니스는 목표를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40쪽)

학연, 지연으로 촘촘하게 묶여진 일본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 일본을 지탱해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IT산업의 성장과 인터넷 사회, 가상공간이 발달하면서 인간사회는 새로운 원리를 필요로 한다. “일본인은 일본인으로서 정신적, 문화적 풍토속에서 살면 될 것이 아닌가”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일본이 확고한 글로벌 지위를 구축하고 글로벌 사회에 공헌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잘라 말한다.

일본은 기존의 멘타리티에 근거한 사회구조를 혁신하고, 사회 시스템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라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동일한 민족, 가치관을 바탕으로 일사분란한 조직으로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다면 이제 다양한 인종, 언어, 사상이 충돌하고 타협을 반복하는 글로벌 세계로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페쇄성에 이질적인 부분은 소외당하고 도태된다. 하나의 동질 커뮤니티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난 돌이 정맞는 사회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인간을 살아남기 쉽지가 않다. 그래서 정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리더가 요구되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현실적인 대면관계가 매우 강하다. 오프라인상의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이 새로운 시대로의 대응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일본은 교육, 사회 시스템 전반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108쪽)고 주장한다.

저자는 ‘일본은 인터넷 경제에 대응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가’하고 묻는다. 그리고 왜 구글이 일본에서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하고 다시 반문하며 거기에 해답이 있다고 제시한다.

‘IT산업, 인테넷 콘텐츠의 세계는 결함을 인정하는 버그가 나오는 것을 허용한다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즉, 완벽함보다는 스피드를 우선시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때 대응하면 된다. 비록 제품이 불완전한 것이라도 일단 달리기 시작한다. 때로는 조직내의 합의를 얻지 못했다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아이디어라면 즉시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인터넷 비즈니스에는 국경이 없기때문에 개발된 우수한 기술과 모델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122쪽)고 답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의 구조는 적당주의여야 하는데 일본은 완벽함을 추구하기때문에 발전이 더디다는 얘기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노즈쿠리 정신은 인터넷 시대에는 해악이 되며 해외에 나가서는 더 맥을 못추게 된다는 결론이다.

일본이 나아갈 방향은?

위 교수는 모델이 ‘나이키’라고 제시한다. 나이키는 디자인과 브랜드관리나 마케팅일뿐 모든 생산공장은 해외에 있고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다는 것. 저가의 노동력과 코스트 경쟁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모듈화만이 살길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식의 뿌리깊은 담합, 대면을 통해 성립되는 관계중시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과 사회시스템이 여러면에 닮았다. 21세기 글로벌리더를 지향하는 한국은 일본의 성공과 좌절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자는 것이 위교수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저자 위정현은 = 1964년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 취득(일본문부과학성 국비장학생)해 현재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UCLA 방문교수 및 (사)콘텐츠경영연구소 소장, 국회정보통신위원회 자문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코리아 개발분과장, 일본 온라인게임부회 부회장, 한국게임학회 고문 등을 역임하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온라인게임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권위자로 세계 각지를 방문하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기반으로 한 교육인 G러닝의 창시자이기도 하며, 현실의 비즈니스사회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관계,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저서로는 Innovation and Strategy of Online Games(Imperial College Press, UK), Industrial Development Strategy of Online Games(칭화대학교 출판부, 중국), 세컨드라이프 비즈니스전략(중앙북스), 온라인게임 비즈니스전략(제우미디어), 한국의 온라인게임 비즈니스 연구(동양경제신보사, 일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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