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 안전지대' 아니다]"마약의 유혹 함께 이겨내요"

입력 2012-07-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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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늦은 저녁, 서울 사당의 원광디지털대학 강의실엔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성별도,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이들에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보였다.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로의 아픔과 경험을 털어놓다보니 금새 온기가 감돌면서 참가자들의 마음은 편안해졌다. 이들은 자발적인 마약 중독 회복자들의 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 익명의 약물중독자) 멤버들이다.

NA는 지난 1997년 을지대 중독연구소 조성남 소장이 공주치료감호소에 근무하던 당시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공식 출범했다. 2005년 9월에는 미국 본사에 정식등록했다. 현재 많게는 20~30명의 회원들이 50여년의 역사를 통해 이어져온 마약중독자들의 회복 프로그램인 12단계와 12전통을 준수하며 매주 화요일 마다 동병상련의 아픔과 정을 나누고 있다.

NA는 지난 15여년간 순수민간단체로서의 장점을 활용해 마약 중독자들의 단약과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정부 차원의 치료·재활 지원이 미비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지는 마약 중독자들에겐 단비와 같은 존재다.

20년간의 마약중독자 생활을 극복하고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생활지도사 등으로 일하며 NA 참가자들에게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박영덕씨는 “마약은 절대 스스로 끊을 수 없기에 회원들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엔 일부 회원들과 을지대학교 중독연구소 조성남 소장이 주축이 돼 서울 목동에 약물중독자가 운영하는 국내 첫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인 ‘다르크’가 문을 열었다. 1985년에 일본 도쿄에서 첫 선을 보인 다르크는 물중독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스스로 재활치료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중독자들은 수시로 자체 모임을 갖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중독을 극복하는 기회를 갖는다. 또 중독자들로만 재활하는 폐쇄성에서 벗어나 지역 활동과 강연, 해외연수, 중독자 가족 모임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성을 익히기도 한다.

국내 다르크는 일본의 다르크 회원들이 모금한 3000만원으로 종잣돈을 마련했다. 일본 다르크 회원들은 앞으로 일정 기간 한국 다르크 회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30년여의 운영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조성남 소장은 “우리나라는 약물중독자들에게 치료보다 수감 등 폐쇄적인 재활에 치중해 중독 재발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번 다르크의 개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다르크가 민간 중독재활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자체, 종교단체,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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