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물벼락 맞을까봐 빨리 쳤어~”

입력 2012-07-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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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캐디
파란 카라티, 파란 바지, 파란 골프화, 파란 모자, 다만 하얀 허리띠를 하고 나타나신 고객님^^ 검은 안경테를 쓰고 오신게 고마울 따름이였다. ㅎ

패션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으신것 같아 보였고, 포스 또한 강하게 느껴지었다! 그래서 건넨 말... “고객님 정말 멋지십니다. 이런 패션을 소화하기가 어려우실텐데...정말이지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라고~~ (돌아오는 말은 없으심... 긴장^^)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었던 요즘 골프장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연못은 입을 벌린 지 오래 되었고, 코스와 그린도 비를 재촉하고 있는 이때에 고객님의 플레이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급수작업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었다. 따라서 첫 홀에서부터 죄송하다는 안내멘트로 플레이를 시작해야만 했다.

“고객님 죄송하지만 요즘 극심한 가뭄으로 비가 너무 오지 않아서 잔디가 타죽어 페어웨이에 스프링쿨러를 멈추지 않고 작동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고~ 물이 튈까 봐 얼른 쳐서 샷 망가졌다는 말씀 마시고, 볼을 드롭해서 플레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손하고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며칠째 그런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페어웨이 중앙에 스프링쿨러가 360도 회전하고 있어서 인터벌이 긴 고객님은 연습스윙 세번만 하면 물벼락을 맞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고객님들이 하나같이...“언니, 물 올까 봐 빨리 쳤어~” 물을 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죄송한 마음만 들어서 오늘은 아예 첫 홀부터 말씀드린 것이다.

그렇게 플레이를 하던 중 5홀 세컨지점에서 그 파란 스머프 고객님의 말씀.

“언니야~! 그 핑계라도 없으면 우린 무슨 핑계를 대겠니~~~~~ 그냥 칠까~~~^^”

죄송한 마음으로 무겁게 왔는데, 안도의 숨이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ㅎ 첫홀부터 팀원들과 저에게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신 파란 스머프 고객님... 패션으로 보아 무뚝뚝하실것 같더니 재치있고 너그러운 분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스머프 고객님과의 13홀 라운드도 내내 웃음바다가 되었답니다.

글/ 정혜진 캐슬렉스서울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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