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김대승 감독 "'후궁'의 노출에 실망한 관객들?"

입력 2012-07-03 09:46 수정 2012-07-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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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이란 기자
- ‘후궁’에서 특히 주목할 점이라면 의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극의 그것과 전혀 달랐다.

▲ 의상도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인물의 분위기와 각 장면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포인트를 줬다. 대부분의 캐릭터에 무채색의 옷을 입혔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나 각각의 캐릭터가 속내를 내비치면 안 된다. 의상 색을 통해 인물들의 콘셉트를 잡았다고 보면 된다. 이 점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면 색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 ‘후궁’은 태생적으로 노출이 부각된 영화다. 정작 의외로 약한 노출에 실망했다는 관객들도 있다. 쉽게 말해 ‘절제의 노출’이랄까.

▲ 홍보 과정에서 너무 노출에 집중돼 기대를 많이 하신 것 같다. 하지만 ‘후궁’의 노출 강도가 약했나? 여기서 더 강해지면 심의 통과도 어렵다(웃음). 영화에는 총 네 번의 노출신이 등장한다. 모두 권력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장면들이다. 권력이 개입된 노출 신 다시 말해 ‘권력적 섹스’다. 절대 야해질 수 없는 장면들이다. 성원대군이 권유에 대한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섹스신, 화연을 갖고 싶은 마음에 환영을 보는 금옥과의 섹스신 등. 이 장면들이 야해야 할까. 그렇게 찍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절제의 노출?’ 그렇게 보면 될 듯하다.

- 여배우들의 노출도 그렇지만 남배우들의 노출도 엄청났다. 남배우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 수치심은 여성에게만 있다고 오해를 하는 경향이 많은데, 오히려 현장에선 남배우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배우나 남배우가 조금만 민감하게 나온다면 그날 그 장면은 절대 못 찍는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일정은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후궁’에선 조여정-김민준-김동욱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해 안달이었다(웃음).

-‘후궁’은 욕망에 대한 영화다. 꼭 육체관계로 스토리를 풀 수밖에 없었나.

▲ 정확하게 말하면 근원적 탐욕에 대한 얘기다. 그런 탐욕의 밑바닥은 성적 욕망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후궁’을 보자. 성원대군은 ‘내가 언제 왕이 되고 싶냐’며 소리치지만 사실은 그 권력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사랑이란 이름 아래서 형수를 넘본다. 그런 감정 속에서 몸과 몸이 부딪친다. 이런 게 탐욕이 아닐까. 누가 원하느냐에 따라서 권력 관계가 달라지는 것. 내 생각은 이랬다.

- 인물들의 관계도와 공간 창조에만 집착한 나머지 스토리 부재를 꼽는 지적도 있다.

▲ 처음 ‘후궁’은 1968년 신상옥 감독의 ‘내시’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처음 제안을 받은 뒤 고민 했다. 원작이 너무 좋은 영화지만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포인트를 궁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봤다. 또한 탐욕이란 코드도 생각해봤다. 실제 역사를 봐도 탐욕에 대한 스토리가 곧 궁의 역사였다. 영화 속 금옥의 대사인 ‘한 번 올라가니 내려오기 싫습디다’란 대사 역시 상징적인 의미였다. 궁이 갖는 탐욕의 상징성을 모으다 보니 이번 영화가 탄생하게 됐다. 스토리 자체로 장르적인 탐욕의 느낌을 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 탐욕은 대상을 괴물로 만드는 것 같다. ‘후궁’ 속에서 괴물은 누구인가.

▲ ‘후궁’을 만들면서 내 목표는 착한 사람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었다. 사실 궁이란 공간 자체가 무슨 문제가 됐겠나. 그 안에서 암투를 벌이는 인간들이 문제 아니었나. ‘후궁’에서 그런 메시지들이 확장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가진 각각의 욕망을 비춰보는 거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말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자면 우리 모두가 괴물 아닐까.

▲사진 = 고이란 기자
- 탐욕에 대한 코드, 현대극의 외피를 입어도 꽤 그럴 듯 하겠다.

▲ ‘후궁’이 내겐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지 않나(웃음). 뭐 관객들이 좋아해주셔서 마지막이란 타이틀을 던져 버릴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언젠간 내가 그 질문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까. 정말 도덕적이어야 할 것들이 사실은 탐욕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 들.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만약 현대극으로 바라본다면 ‘후궁’의 은유적 표현보단 보다 직설적인 묘사가 가득할 것 같다.

- ‘후궁’을 보고 친절한 영화라고 하는 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친절해 보였다.

▲ (웃음) 은유의 맛이 갖는 깊은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점의 차이다. 모든 분들이 내 영화를 다 좋아해준다면 그건 거짓말이고. 친절한 영화? 혹은 불친절한 영화? 하하하 잘 모르겠다. 해답은 관객 분들이 영화를 통해 가져가시면 될 듯하다.

- ‘혈의 누’ ‘후궁’ 그리고 다음 작품을 통해 ‘욕망 3부작’의 완성을 이뤄 볼 생각은

▲ 난 ‘후궁’이 마지막이라고 했지 않았나(웃음).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품은 생각도 안했다. 그래도 얼굴을 들 정도는 됐으니 이제 생각을 좀 해볼 여유가 났다. ‘후궁’은 ‘혈의 누’의 연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같은 선에 놓고 보자면 3부작도 가능할 듯 하다. 뭐 계획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직은 ‘후궁’을 사랑해주시는 관객들의 마음을 받는 데 취하고 싶다.

- ‘후궁’이 꽤 오랫동안 입소문을 타며 흥행 중이다. 바라는 것이 분명 있을 텐데.

▲ 무슨 상 같은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가 연출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관객들에게 ‘저 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란 평가를 받는 다면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후궁’에 출연한 조여정-김민준-김동욱이 나란히 큰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본다면 아마 기분 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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