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미술대학 입시가 바뀌고 있다

입력 2012-06-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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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기술'보다 예술적 '창의력'이 우선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은 올해 입시부터 실기고사 방식을 기초 조형능력을 중점 평가하는 '기초디자인' 유형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건국대에서 '발상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디자인학부 정시모집 실기고사에서 수험생들이 과제물을 그리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디자인 대학에 진학하려고 미술학원에 등록한다. 그림보다 문제를 배운다. 어떤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다양한 유형을 반복해서 그린다. 대회 수상작도 여러 번 따라서 그린다. 함께 배우는 수강생들도 마찬가지다. 이윽고 대학 원서를 넣고 실기고사장으로 향한다. 연습했던 유형이다. 늘 그리던 대로 그려 낸다. 옆에 앉았던 녀석도 다르지 않다.

미술·디자인대학 입시를 경험했던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약간의 비약을 보태 미술대학 수험과정을 재구성해 본 내용이다. 본래 창의력을 평가해야 하는 미술 입시가 도식화되고 유형화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기를 평가하는 교수들은 “너도나도 외워서 그린 그림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창의성을 평가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미술·디자인대학의 입시가 이처럼 형식적으로 변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대학이 수험생의 ‘진짜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시제도를 바꿔 나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험생의 재능이나 잠재력보다 사교육이 우선하는 미술대 입시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수험생과 대학 관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건국대, 발상도 표현도 없는 ‘발상과 표현’ 바꿔 = 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학이 올해 입시부터 실기고사 방식을 기초 조형능력을 중점 평가하는 ‘기초디자인’ 유형으로 변경하기로 한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건국대의 경우 국민대와 함께 발상과 표현 방식의 실기평가를 처음으로 도입했던 만큼 건국대의 변화는 다른 관련 입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발상과 표현 방식은 지난 2001년 처음 도입된 후 미술계열 입시 실기평가의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기존에 이뤄졌던 데생에 견줘 학생의 창의성을 평가할 수 있어서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시험 당일 작품 주제를 받고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출제 주제를 예상하기 힘들고 모두 다른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부정행위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자 입시사교육기관이 창의력마저도 유형화했다. 상당수 미술학원에서는 미대 입시에 나올 만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모범 작품을 보여준 뒤 학원생들에게 ‘따라 그리기’를 시킨다. 학생들도 스스로 구상하기보다는 외운다. 곳곳에서는 학생들의 실기작품을 한 군데 펼쳐 두면 학원별 분류가 가능하다는 심사교수들의 푸념도 들린다.

건국대 예술문화대학은 그동안 출제됐던 ‘발상의 전환’ 형식에서 탈피해 기초적인 조형능력과 표현력, 그리고 디자인 사고 전개능력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건국대 디자인학부 김병진 교수는 “학생들이 자꾸 아이디어는 뒷전에 두고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해졌다”며 “더 이상은 외워서 들어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서울대도 홍익대도 “가짜 창의력 걸러낸다” = 올해부터 미술대학 신입생을 수시로만 선발하는 서울대는 1단계 평가에 기초소양실기만을 반영한다. ‘가짜 창의력’을 걸러내기 위한 변화다. 서울대 미술대학 관계자는 “암기식으로 훈련 받은 수험생은 기초소양실기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고교 대상 모의평가 결과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 고교생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익대는 올해부터 실기평가 자체를 없앴다. 미술계에서 홍익대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파장이 클 전망이다. 사교육에 휘둘리는 현행 미대 입시를 바로잡기 위해 내놓은 답이다. 대신 교과, 비교과, 종합 3개 영역의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교육에서의 일차적인 평가를 통해 지원자의 미술 관련 열정을 평가하기 위한 변화다.

미술·디자인대학을 준비생들은 개성적인 해석과 다양한 표현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해졌다. 한 입학사정관은 “평소 미술관련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예술적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연 방향으로 연습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형식과 기교의 평가를 줄이겠다는 것이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평소 소양을 기르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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