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문래동 철재거리, 예술을 입다

입력 2012-06-22 15:40 수정 2012-06-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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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차갑던 시멘트벽이 아이들이 그려놓은 그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낯선 환경에서 며칠간 이어진 작업이 힘들었지만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주민들도 철재 상가 사장님들도 골목골목 숨겨진 벽화를 찾으러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즐거워한다.
‘철컹 철컹, 끼이익 끼이익’ 거친 철근을 나르고 자르는 소리와 매캐한 쇠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문래동 철재거리.

영등포구에 속한 문래동은 해방 당시엔 전국에서 가장 큰 방직공장(방림방적)이 가동되었다.

▲무겁고 거친 쇳소리와 쇠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엔 다양한 종류의 예술에 몰두하는 작가들이 많다. 차갑게 울려 퍼지던 쇳소리가 조용해지는 주말 저녁엔 지하 작업실에서 음악 공연도 즐길 수 있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중반 이후부터 80년대까지 철재상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그 숫자가 늘어 서울의 중심 공업단지가 되었다. 하지만 점차 서울의 산업 구조가 바뀌어 문래동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점차 모습이 변해간다. 1층 철재 상가를 제외하고 2층, 3층의 사무실이 비게 되고 장기간 방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빈 사무실을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 둘 점령해 가기 시작했다. 넓고 값싼 작업 공간은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흘륭한 창작의 샘이었다.

▲골목, 그리고 건물 구석구석 재미난 그림과 미술품들이 삭막한 풍경에 따뜻함을 더하고 있다.
회화, 조각,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 음악 등을 추구하는 예술가 200여명이 전시와 공연을 통해 거칠고 썰렁한 문래동 철재거리를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따뜻한 마을로 바꿔나갔다.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더해 또 하나의 ‘섬’을 만든 것이다. 비좁은 골목길 사이엔 밝고 재미난 벽화가, 옥상과 거리 곳곳엔 미술품들이 숨겨져 있다. “그림들 찾으러 돌아다니기도 해” 이곳에 사는 주민들과 직장인들에게 벽화와 설치 미술을 찾으러 다니는 길은 또 하나의 재미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잠깐 발길을 멈춰 손에 든 스마트폰을 꺼내 감상한다. 예기치 못한 재미난 작품에 잠시 여유를 갖기도 한다.

▲'쿵쾅쿵쾅' 소리가 울려 퍼지던 상가도 문을 닫으면 재미난 벽화로 한결 따뜻한 풍경이 된다. 새한철강상사 대표는 잘생긴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20여년 전 주말 없이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에도 요즘은 불경기가 계속돼 저녁에 일찍 셔터를 내리는 곳이 많다. 주말엔 문을 닫은 상가가 많아 평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다른지역 주민들이 주말에 거리를 거닐며 카메라로 재미난 풍경을 촬영하는 곳.

저녁엔 지하 작업실에서 음악 공연을 즐기는 곳. 재개발과 공장 이전 정책 등으로 어수선하던 이곳이 이젠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예술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전성기를 이룬 문재동 철재거리. 산업구조 변화와 제조업의 쇠퇴로 조금은 힘이 빠졌지만 여전히 거친 쇳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변화의 흐름 속에 다양한 모습이 더해져 이곳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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