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시민단체 무용론]‘꾼’들만의 운동…시민 목소리 실종

입력 2012-05-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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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만개 해마다 수백개씩 느는데…복지·교육 등 다양한 목소리 대변 못 하고 ‘반대’만

▲지난 2일 저녁 4년만에 등장한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고이란 기자 photorean@
해마다 시민사회단체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를 위한 의제를 형성하고 공론을 통해 타협안을 찾아가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민사회단체가 변질되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시민사회단체 위기론은 시민운동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에 등장한 것이라며 위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시민사회단체 위기론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할 시민사회단체가 오히려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등장했다. 시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정책적인 부분에만 머물면서 시민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31일 기준 1만362개에 이른다. 이는 전년대비 661개가 늘어난 수치다. 이중 중앙행정기관에 등록한 단체는 지난해보다 145개 늘어난 1256개로, 가장 많이 증가한 부처는 외교통상부(33개)와 행정안전부(24개)다.

해마다 그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복지·교육·문화 등 다양해지는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이 어렵게 되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등을 받아 운영비로 쓰는 단체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보조금 지급을 선정하는 정부·지자체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사회적 공론이나 과학적 근거 없이 ‘무조건 반대’를 외치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도 문제가 됐다. 타협점 없는 갈등은 물론 건설기간 증가로 인한 혈세낭비 등 피해도 크다.

실제로 제주해군기지, 새만금, 천성산 터널공사, 경주 방폐장 등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오랜 진통을 겪은 곳이다.

▲지난 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기자회견을 끝내고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모습. 연합뉴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과 마찰은 6년째 계속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 환경단체들은 구럼비 해안바위는 희귀지형으로 보전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해군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만큼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지난해 8월 법원이 건설방해금지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지난 2007년 4월 주민 유치결정, 주민투표 절차 등을 거쳐 정부 보상까지 마무리된 사업이지만 일부 단체의 반대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국책사업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막대한 사회경제적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일부에서는 환경단체들이 과학적인 근거없이 반대만을 거듭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KTX 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터널공사은 늪지 파괴로 도롱뇽 서식지가 없어지게 되고, 지하수도 고갈될 것이라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이 반대해 공사가 중단됐었다. 당시 지율 스님은 공사반대를 위한 단식을 총 321일간 진행했고, 환경단체들은 ‘도롱뇽과 친구들’라는 단체를 만들어 시위를 주도했다.

하지만 환경정보평가원의 조사결과, 공사 이후 늪이 파괴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늪이 형성되고, 도롱뇽의 서식지인 ‘1급수 습지’도 잘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 간척사업도 환경단체가 갯벌과 해양생태계 파괴, 수질오염문제를 제기하면서 공사가 중단됐었지만 새로운 갯벌이 형성됐으며 방조제 내 해역의 대형 저서동물도 예년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선거 낙선운동이나 특정후보 선거운동에 치중하면서 정치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구호에만 머무르면서 과도한 정치색 때문에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의 의사소통 구조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시민후보 추대는 취지나 절차에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것은 시민들과의 실질적인 의사소통에 실패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 위기론은 시민운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제도정치개혁과 제도경제개혁 이슈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생활정치이슈가 등장하면서 서민들의 삶에 밀접한 생활정치운동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촛불집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강화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주된 역할이었던 대변형 운동의 입지도 약화됐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시민사회단체 위기론이 등장하는 것은 시민운동 주기의 전환 때문”이라며 “또한 시민사회단체가 미래지향적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인 미디어와 SNS 등의 등장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며 또한 “이명박 정부의 성장주의, 개발주의가 거버넌스의 해체와 시민사회에 대한 실질적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도 시민사회단체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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