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절체절명의 과제 ‘생존’]무한 경쟁시대 ‘공룡기업은 필패…군살빼기 총력전

입력 2012-05-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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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대대적 재정비

올해 경영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유럽 재정위기에서부터 이란발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위험성까지 대외적인 변수가 재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해외 변수들은 한순간에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다.

내부 경영환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재계를 압박하고 있는 반(反) 대기업 정서가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어 그 수위가 더욱 높다. 대내외로 올해 재계의 경영환경엔 호재가 없다.

이에 재계는 생존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있다. 외부 경영환경이 좋지 않으면 내부적인 변화를 통해 악재들을 돌파하겠다는 것.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내부 계열사 및 조직을 합치고, 쪼개는 이유다.

최근 재계에는 합병과 분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처럼 덩치를 키우는 경영전략이 아니라, 군살을 빼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급변하고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생존을 위한 재계의 몸부림. 합병과 분사 등으로 경영 유연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뭉쳐야 산다”… 재계 ‘합병 바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내 디스플레이 계열사 간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계열 3사가 합병을 결정한 공식적인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에스엘시디는 지난달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흡수합병 계획에 발표했다. 공식 출범은 오는 7월 1일이다.

존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에서 지난달 초 분사된 회사다. 분사하자마자 SMD, 에스엘시디와 합병하게 된 것. 디스플레이 시장 변화에 따라 분사와 합병이 한순간에 이뤄진 셈이다. 실제 최근 소니, 도시바, 히타치가 통합 출범한 재팬디스플레이가 삼성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등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쉽다. 특히 전자, IT분야가 그렇다. 노키아, 림 등 과거 글로벌 휴대폰시장을 호령했던 기업들이 최근 애플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이를 잘 말해준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합병도 이 같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재정비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SI기업인 삼성SDS도 최근 자회사 이엑스이씨엔티와 오는 7월 합병을 결의했다. 이달 말 합병 승인 이사회를 거쳐 상반기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삼성SDS의 합병은 회사 내 물류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위해서 이뤄졌다. 삼성SDS는 2010년부터 그룹 내 물류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IT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S는 이엑스이씨엔티의 물류 IT 분야 노하우와 인력들을 확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유통사업이 주력인 롯데그룹에서도 합병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업영역이 비슷한 계열사 간 합병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만 세 건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10월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주류, 롯데제과와 롯데제약이 합병했고, 같은 해 11월에도 롯데삼강과 파스퇴르를 합쳤다. 올 1월에도 롯데삼강과 웰가가 합쳤다.

롯데그룹 내 합병은 올해도 2~3건이 더 예상된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은 롯데쇼핑.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미도파, 롯데스퀘어와의 합병을 검토 중에 있다. 운영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가 이유다. 최대한 군살을 빼고 합칠 건 합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계열사들의 합병도 검토 중이다.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시켜 원료 구매력을 키우고 효율적인 해외공장 공략을 진행한다는 목표다. 원료가격 부담이 큰 유화업계에서 원료 구매력 증대는 기업의 경쟁력에 큰 보탬이 된다. 특히나 최근과 같은 고유가 시대 속에서 양사의 합병은 ‘생존’을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고유가가 지속되면 원료가격 부담이 높아지면서 향후 제품가보다 원료가가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호남석화와 케이피케미칼의 합병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고 밝혔다.

코오롱그룹에서도 지난해 12월 코오롱건설, 코오롱아이넷, 코오롱B&S의 대규모 합병이 이뤄졌다. 합병법인명은 코오롱글로벌로, 코오롱건설이 계열사 2곳을 흡수합병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현금흐름이 취약했던 코오롱건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코오롱아이넷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처리 중심의 해외수주를 확대할 수 있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코오롱건설의 재무구조가 취약했지만 합병의 장점을 살려 용이한 자본조달 등 재무상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쪼개고, 특화해라”… 재계, 잇단 분사, 사업정리 움직임= 하지만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살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업부분을 분사시켜 전문성과 경영 유연성을 높이는 경우다.

GS그룹은 올 1월 1일부로 에너지전문 자회사인 GS에너지를 GS에서 물적분할해 설립했다. 이에 따라 GS에너지는 그룹 내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주식 50%를 보유하게 됐다. 실질적인 지배구조엔 변함이 없지만 에너지 사업에 있어 역할분담이 확실하게 이뤄졌다.

GS에너지는 GS의 에너지 관련사업 전반과 미래 신성장 사업을 영위한다. 주로 유전 및 전략광물 확보 등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사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및 유화사업의 다각화를 도모한다. 반면 그동안 모든 에너지 관련 사업을 했던 GS칼텍스는 이제부터 정유·석유화학·윤활유 사업 등에 집중한다.

GS그룹 관계자는 “이번 GS에너지의 분할은 신속하게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신성장사업에 ‘선택과 집중’하기 위해서 진행됐다”며 “미래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에너지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도 있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지난해 주요 사업부문을 잇따라 분사시키며 효율적인 조직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월 정유·화학 사업을 분사시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SK이노베이션을 설립해서 그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짭짤한 재미를 봤다. 독자경영을 통해 사업환경에 빠르게 대처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SK그룹은 지난해 4월 SK의 라이프사이언스 사업부문을 분사, SK바이오팜을 새롭게 출범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SK텔레콤의 플랫폼 사업부분을 쪼개 SK플래닛을 설립했다. 이로써 정유와 통신·생명과학 등 SK의 주력사업 분야에서 분사를 통한 자율경쟁 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SK그룹의 이 같은 분사 움직임은 정유와 통신 등 SK의 주력사업의 성장이 정체 국면을 맞이한 데 따른 것이다. 성장과 생존을 위해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이를 분사를 통해 해결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분사는 독자적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고, 하나의 기업 내에서 사업부 형식으로 존속하는 것보다 독립법인 형태로 분리되면 지향하는 목표도 이전보다 명확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도 최근 패션사업 부분의 분사를 검토 중이다. 현재 SK네트웍스가 영위하고 있는 자동차정비 및 중고차사업, 자원개발사업, 플랜트 사업, 석유유통사업 등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회사 정체성도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생존을 위해 아예 비주력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올해 안에 비주력계열사 7곳을 줄이기로 한 것.

LG상사는 와인유통 자회사인 트윈와인과 지오바인을 올 연말까지 매각할 예정이며, 디지털기기 유통매장인 픽스딕스는 이미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광고업 지주사인 지투알은 옥외광고 대행업체 지아웃도어와 벅스컴애드를 청산하거나 타 광고대행사와 통합시키로 했다.

LG생활건강도 화장품 도소매업을 하는 플러스원을 바이올렛드림과 합병하고, 무역업체인 원인터내셔널을 매각하기로 했다. 올해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LG그룹 계열사는 64개에서 57개로 줄어든다.

LG그룹 관계자는 “핵심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계열사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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