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편지로 전해진 부부의 애틋한 사랑

입력 2012-05-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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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며) 울고 가네”

500년 전, 부인을 아꼈던 애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편지가 국가기록원에 의해 복원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21일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安定羅氏) 묘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한글 편지를 복원했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 분묘 이장 중 나온 것으로, 나신걸(羅臣傑 15C중반~16C전반 추정)의 부인 신창 맹씨(新昌 孟氏, 생몰년 미상)의 목관 내에서 미라, 복식, 명기 등과 함께 출토됐다.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순천김씨 묘 출토 한글편지(충북대박물관 소장, 1555년)보다 앞선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편지는 소장처인 대전선사박물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편지는 발굴 당시, 총 2점이 접혀진 상태로 신창 맹씨의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당시 함경도 군관으로 나가 있던 남편이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보낸 것으로, 편지의 뒷장에 받는 사람이 ‘회덕 온양댁’이라고 수신인이 적혀있다.

신창 맹씨는 평소 남편에게 받은 선물과 같이 간직하다가, 그녀가 사망하자 평소 고인이 아끼던 편지를 함께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복식문화, 한글고어 등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편지에는 나신걸이 멀리 함경도 경성(鏡城) 군관으로 부임 받아 가면서 부인 신창맹씨에게 안부와 함께 농사와 소작 등의 여러 가정사를 두루 챙기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본문 중에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하며) 울고 가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분과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이어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다.

또한, 편지에 보이는 고어 한글은 매우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정갈하게 썼다. 특히 16세기에 주로 사용되었던 경어체인 ‘~하소’라고 적고 있어 조선 전기 부부간에 서로 존칭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부부의 날을 맞아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은 당시의 기록물을 복원할 수 있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며 “조선시대 언간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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