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유열 KT 사장의 ‘비겁한 변명’

입력 2012-05-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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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과정에서 사용된 ‘대포폰’이 서유열 KT 사장에 의해 개설,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0년 7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차명폰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이 차명폰은 불법 사찰 자료가 담겨있던 하드디스크 삭제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사장은 차명폰 개설 경위와 관련해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업무 용도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휴대폰을 제공했지만 어떤 의도로 사용됐는 지는 전혀 몰랐다”고 발뺌했다. 서 사장은 또 “해당 핸드폰은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이라고 강조했다. 불법폰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휴대폰의 경우에는 주민등록법상 처벌을 받게 되지만 상대방 동의 하에 타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했다면 처벌 규정이 없다. 범죄행위 등 불법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 사장의 경우는 다르다. 도덕적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거절하기 어려운 정권 실세의 부탁이라 하더라도 통신사 사장이 편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도덕적 범죄행위다.

서 사장은 을(乙)의 관계에 있는 대리점 사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대리점의 편법 방지를 교육하고 감시해야 할 사람이 자신의 높은 지위(?)를 이용해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권력기관 인사의 차명폰이 불법행위에 사용될지 “몰랐다”는 서 사장 변명은 비겁하고 구차하다. 범죄행위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차명폰을 개설해 줄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서 사장 말이 사실이라면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용된 대포폰 문제가 사회 이슈화로 부상했을 때 스스로 개설, 제공 당사자 임을 밝혔어야 했다.

그동안 KT의 각종 불·편법 행위가 직원들의 일회성 과오가 아닌 경영진의 도덕 불감증에 의한 일상적 행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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