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 재계 강타]노동계 대거 여의도 입성…"재벌 해체" 목소리 커질 듯

입력 2012-04-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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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관련 공약 대공세 예고

재계가 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정치권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늘면서 자칫 ‘정치의 노조화’가 이뤄질까 걱정하는 눈빛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뭉친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은 당의 통합 공약에 맞춰 19대 국회에 노동 관련 법안들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계의 의견은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재계는 노동계 한 쪽만을 위한 법안들이 입법화되면 고용유연성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기업경쟁력도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정치화’뿐만 아니라 ‘정치의 노조화’도 재계를 크게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재벌해체를 내세운 통합진보당이 약진, 급진적인 노동 관련 법안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재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당선자 대회를 열고 있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15명… 지난해보다 6명이나 늘어= 과반수 이상 의석을 노리며 필승을 자신했던 야권이 4·11 총선에서 참패했다. ‘여소야대’를 만들려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도 힘을 잃고 표류했다.

기업들을 압박하는 ‘반(反)기업 공약’들을 내세운 야권의 패배에도 재계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잠재해 있는 노동계 이슈들 때문이다. 특히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의 증가는 재계에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후보는 비례대표 포함 44명에 달했다. 총선 결과 그 중 지역구 9명과 비례대표 6명 등 모두 15명이 당선됐다. 이는 4년 전 치러진 18대 총선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 9명에 비해 약 1.5배 증가한 수치다.

15명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는 새누리당 2명, 민주통합당 10명, 통합진보당 3명이다. 새누리당은 한국노총 출신 인사들이, 민주통합당과 통합민주당은 민주노총 출신들이 주를 이뤘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분포도도 과거에 비해 야권에 더 집중되는 양상이다. 18대에선 여당이 4명, 야당이 5명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19대엔 야당에 13명이나 몰렸다. 야당의 노동계 파워가 세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진보진영의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의 증가는 기업으로서 껄끄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범(凡)야권이 과반수 이상 의석을 차지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계, 노동계 관련공약 공세 예고에 ‘긴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발의 법안들은 총 6454건에 이른다. 그 중 환노위에서 계류 중인 법안은 477건이다. 재계는 19대 국회에선 노동계 관련 법안 발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 기업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 관련 법안들의 발의도 함께 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특히 재벌해체론을 전면에 내세운 통합진보당의 약진에 기업 대관팀 등에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눈치”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19대 총선에서 진보정당 사상 최다인 13명의 당선자를 냈다. 비록 원내 교섭단체(20석)를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새누리당, 민주통합당에 이어 제3당으로 약진했다. 통합진보당은 야권에서도 노동계 이슈에 대해 강경한 공약을 내세우고 재벌해체론을 주장하는 정당이다. 관련 법안 발의로 재계를 압박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

실제 통합진보당은 노동계 중점 이슈인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노조법 재개정 등의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선 통합민주당과 정책 연대까지 펼쳤다.

통합진보당은 오는 2017년까지 임금하락 없는 급진적인 근로시간 단축(연간 1800시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실노동시간 단축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2010년 6월 노사정이 ‘단계적인 단축’으로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근로시간은 소득, 고용 유연성, 생산성과 연결돼 있는데 이런 조정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면 고용이 관연 늘 것인지 의문”이라며 “생산성에 비례하고 고용 유연성이 보장되는 전제하에 중장기적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하고, 비정규직 차별시 형사처벌을 받는 제도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즉 같은 노동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 연령, 신분 등을 차별하지 않고 같은 임금을 줘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는 비현실적인 제도라고 지적한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연공서열에 따라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임금체계 등 전체적인 기업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이상 현실화되긴 힘들다”며 “현 상황에서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면 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통합민주당은 같은 맥락에서 파견법 폐지와 민주통합당과 함께 오는 201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현 50%에서 25%로 줄이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사건을 계기로 노조법 상 사용자와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는 사내하도급 관련 공약도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모두 기업의 생산성과 고용유연성을 고려하지 않는 ‘좌편향 공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최근 행보도 재계를 긴장케 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경협 당선자(前 한국노총 부천지부 의장, 경기 부천 원미갑)은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노사정 협상이 시작됐는데, 정부(고용부)의 협상태도가 장난이 아니다”면서 “내 공약 중 최대핵심은 최저임금법 체계의 전면개편이다.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조금만 버텨달라”고 언급했다. 같은 당 비례대표인 은수미 당선자(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 ‘법안 1호’는 간접 고용 문제, 쌍용차 문제 등이 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선전포고를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당선자(前 한국노총 사무총장, 서울 강서을)도 지난 2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로 발의한 바 있다. 당을 막론하고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벌써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편향적인’ 국회 의사결정 구조도 우려= 재계는 노동 관련 법안 공세보다 국회 환경노동위윈회가 야권 노동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경총 김영배 상임부회장은 “야권에서 당선된 인사들 대부분이 환노위를 선택한다고 보면 적어도 야당 몫의 환노위 위원들은 노동계 출신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경영계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통상 법안이 제출되면 상임위로 배정되고, 이는 다시 상임위 내에 구성돼 있는 법안심사 소위에 회부된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노동계 출신 여야 간사가 소위에서 합의하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되고, 이후 법사위와 전체회의도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게 기존의 관행이다. 이럴 경우 경영계의 입장이 반영되기 힘들다. 재계가 노동계 출신들의 국회 진출 확대를 우려하는 이유다.

김 부회장은 “또한 비조합원이나 미취업자들의 경우는 의견을 제시할 창구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문제가 있어 법안이 폐기되는 경우에도 자구나 제목만 바꿔 재발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의 원칙은 오간 데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노동계가 이미 노사합의를 통해 제정한 노조법을 재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지적이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환노위를 구성하게 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재계 일각에선 경제계 출신이 많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와 환노위를 병합하는 대안도 제기되고 있다. 환노위를 환경과 노동으로 분리해 환경은 국토위와, 노동은 지경위와 병합하는 방안이다.

경총 이희범 회장도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는 여야간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인데 이 중 상당수가 한쪽 편향으로 쏠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지경위와 환노위가 병합돼 ‘지경노동위’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양쪽의 이해가 모여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은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재계는 노동계 출신들의 정치권 진출이 잦아지면서 ‘정치의 노조화’, 즉 정치의 쏠림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총선 이후 대선까지 정치적 이슈가 이어짐에 따라 재계의 노동계 리스크가 더욱 클 전망이다. 2012년, 재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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