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멕시코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기업들의 부정부패 행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최소 81개의 상장기업을 조사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경제 전문지 포춘이 보도했다.
FCPA는 기업들이 해외 관료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기업과 개인은 거액의 벌금은 물론 최장 20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의 부정부패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 중에는 휴렛팩커드(HP)와 퀄컴, 농기계업체 디어앤컴퍼니, 화장품 방문판매업체 에이본 등이 포함됐다.
HP 독일 지사는 지난 2001~2006년에 러시아에서 정보·기술(IT) 계약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디어앤컴퍼니는 러시아, 에이본은 중국에서 각각 뇌물을 관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또 드림웍스와 월트디즈니, 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의 스튜디오들이 중국 내 영화 상영을 위해 관리들에게 뇌물을 건넸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가스 피터슨 전 모간스탠리 중국 부동산 투자운용 담당 대표는 지난 2004~2007년 중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발각돼 조사를 받았다.
FCPA 전문가인 리처드 캐신은 “기업들의 부정부패는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라며 “이전에는 FCPA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로펌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모든 로펌이 이 분야를 취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6개 기업을 FCPA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지난 2002년의 2곳과 대조된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뇌물제공 사실을 알고도 숨겨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더욱 크게 일고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퀄컴은 뇌물제공 협의로 일찌감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지난달에야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기업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뇌물을 주지 않고는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산업안전장비 전문 생산업체 레이크인더스트리는 “우리는 미국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뇌물을 주지 않아 그 결과 매출이 줄어들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