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아이가 잠들었을 때의 놀이, 취침놀이

입력 2012-04-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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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딸이 어렸을 때는 참으로 바빴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느라 늘,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 했다. 그러니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참으로 부족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반드시 한 것이 바로 아이와의 스킨쉽 놀이다. 일찍 출근을 할 때면 아이는 잠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한 행동이 바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뽀뽀를 해주었다. 그러다가 뭔가 아쉬움이 남아 아이가 깨지 않을 정도로 손과 발에 맛사지를 해주었다.

더구나 퇴근 후에도 아이가 잠이 들어있으면 그렇게 해주었다. 그러한 행동은 일상이 되었으며 습관이 되었다. 때론 주중에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주말에 겨우 아이와 마주쳤는데 아빠를 보니 환한 얼굴로 반색을 하며 안기는 것이 아닌가! 그 표정에는 매일 아빠와 재미있게 놀았으니 오늘도 놀아 달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이 바로 취침놀이였다.

취침놀이의 힘은 참으로 위대했다. 주말에만 아이를 보았는데도 아빠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비밀은 5년이 지나서야 풀렸다. 바로 신체접촉에 있었으며 프로이드가 말한 의식과 무의식을 이해하면서 풀렸다. 일단 신체접촉의 의미를 살펴보자. 이 행위는 사랑하는 사이에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반대로 미워하는 사람과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신체접촉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 많은 횟수와 더 많은 면적을 닿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결혼이란 바로 신체접촉의 빈도수와 서로 닿는 면적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완성된다. 취침놀이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비록 아이가 저녁에 잠이 들었지만 아빠를 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있다.

아빠 역시 바빠서 아이와 놀아주지 못한 일종의 죄책감이 있다. 그런데 취침놀이를 통해서 아빠와 딸은 신체접촉을 매개로 만난 것이다. 여기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기능을 알면 그 효과를 확실히 알게 된다. 먼저 이것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그림은 바다 위에 있는 빙하이다.

의식이란 위에 10% 정도이며 무의식은 물에 잠긴 것으로서 90% 이상이라고 설명을 한다. 바로 무의식의 세계는 그동안 경험한 모든 것을 저장하는 하드웨어라면 의식은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그 두 가지의 특성을 살펴보면 낮과 밤에 그 역할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낮에는 의식이 깨어있고 무의식이 잠들어 있다. 그러나 잠을 잘 때의 상태를 보면 의식은 잠들어 있고, 오히려 무의식이 깨어있다는 사실이다.

이 말을 상황과 연결하면 아빠가 아이의 손과 발을 맛사지를 할 때, 아이의 의식은 잠이 들었지만 무의식은 그 사실을 알고 기뻐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잠이 들었을 때의 아빠의 행동을 아이의 무의식을 통하여 기록장치인 무의식에 저장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잠이 들었을 때도 놀이가 성립된다. 만일 주중에 아이와 놀지 않아도 아빠가 아이에게 매일 맛사지를 해준다면 이미 아이와 매일 놀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취침놀이를 할 때, 주의를 해야 할 3가지가 있다. 먼저, 술을 마시고 아이에게 뽀뽀를 해서는 안 된다. 아빠가 퇴근을 했는데 아이가 잠을 자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예쁘다고 술냄새를 풍기면서 얼굴을 비비고, 뽀뽀를 한다면 가정해보자. 그러면 아이의 무의식은 이를 아빠라고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부정적으로 저장한다.

또 한 가지는 아이가 잠이 든 시간을 살펴야 한다. 퇴근을 했는데 아이가 잠이 들었다고 무조건 해서는 안 된다. 아내가 한 두 시간 걸려서 겨우 아이를 재웠는데, 그 때 아빠가 퇴근을 해서 아이의 얼굴을 비비고 취침놀이를 한다면 아이는 이내 깨고 만다.

그러면 아이는 울게 되고 다시 아내는 아이를 재워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때론 부부싸움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늘, 아이가 충분히 잠이 들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볍게 한다. 어른에게 하듯 강하게 하지 말고 가볍게 해도 전달되며, 1분만해도 충분하다.

아이와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들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장난감을 자주 사준다: 아이와 놀아줄 시간은 없고, 미안하고, 또한 사랑한다는 표현으로 아이가 원하면 자주 사준다. 하지만 장난감의 속성이란 몇 칠 동안은 잘 놀다가 금방 싫증이 난다. 그러면 바로 창고행이다. 오히려 장난감과 많이 놀다보면 중독중상을 보이기도 한다.

2) 용두사미형아빠: 아빠가 아이와 자주 놀아주지 못하므로 아빠는 항상 아이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아이가 무슨 요구를 하면 일단 약속을 한다. 그리곤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가 5살 정도가 되면 그 약속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가치를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 보는 아빠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므로 오히려 그 신뢰관계는 깨진다.

3) 책임전가형: 자신이 바쁘다고 아내에게 아이와 많이 놀아주라고 한다. 양육과 교육을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긴다. 그리고 자신은 돈만 열심히 벌려고 한다. 그러므로 아빠는 자유롭게 활동을 하지만 그 아빠를 보는 아이의 시선은 싸늘하다. 아이는 아빠를 보고도 무심하다. 이런 아이는 마마보이가 되기 쉽다.

4) 유구무언형: 아이와 놀이주지도 않는다. 또한 대화도 하지 않는 아빠이다. 물론 회사일이나 사업이 바빠서 그렇겠지만 그건 아이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아이는 아빠와 매일 놀고 싶어한다. 365일을 아빠와 놀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런 아빠의 행동에 아이는 다가서려는 마음이 분노와 미움으로 바뀌며 아빠와 다시는 놀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게 된다.

모든 인간의 소망은 행복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물질적인 행복은 기간의 한계효용이 매우 짧다. 하지만 가족 간에 느끼는 행복은 매우 길다는 사실이다.

그 속에는 이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소통과 교감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세상을 배워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이며 특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말하길,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바로 아이의 웃음꽃이라고 했다.

취침놀이의 효용성은 바쁜 아빠들에게 있다. 바빠서 도무지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 그러므로 놀아 줄 시간도 없다. 따라서 아이와는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사이가 서먹서먹해진다.

이런 아빠들에게 취침놀이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하여 약방의 감초와 같다. 그리고 아이를 제대로 잘 키우려면 이 놀이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 사람들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는 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성장하며,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는 말이다.

누구나 내 아이만은 잘 키우려고 한다. 그러나 점점 급격한 환경의 변화로 그렇게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별도로 제공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공통적인 24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그 주어진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는 안목과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취침놀이다. 아이가 잠이 들었을 때, 아직 젖냄새가 남아있는 아이에게 뽀뽀를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바로 아빠에게 새로운 기운과 자신감과 존재감을 충만시켜줄 것이다.

모든 아빠들은 바쁘다.

바쁘다에 빠져서 산다면 모든 일이 귀찮아 진다.

바쁨 속에서 하루에 1분 취침놀이를 해보자.

그 1분이 당신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줄 것이다.

아이는 아빠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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