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강병호 원장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하고 재벌오너 지분승계 바꿔야"

입력 2012-04-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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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인터뷰

▲사진=고이란 기자
지난달 30일 주주총회 시즌이 막이 내렸지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문제와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특히 거수기로 전락한 사외이사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투데이는 이에 대한 해법을 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만나 들어봤다.

강 원장은 초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으며 한양대학교 교수로 정년 은퇴했다. 금감원 부원장 시절 임기 내내 거의 매일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정도로 청렴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된바 있다. 한양대 교수 시절에도 명강의로 이름을 날렸으며 종일 책 아니면 연구서를 집필해 소문난 ‘딸깍발이’로 불렸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기업구조조정 1세대로서 기업지배구조 투명서이 왜 필요한지 논리적 근거를 세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강 원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 확보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특정날짜에 몰린 주총날짜분산과 주총안건 2주전 통보를 2개월전으로 고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오너들의 편법승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영권승계 방식을 지분승계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기금 주주권행사 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다. 주주권이 제대로 행사돼야 한다. 주식이 분산되면서 주주가 한자리에 모여 주주권을 행사하기 힘들어졌다. 자연히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세력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여서 제대로 해줘야 한다.

최근에 들어서 연기금 중 특히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해야 된다는 사회적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정부의 영향력으로 중립적인 주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못했다.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는 관치금융으로 갈 수 있다는 즉 정부가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 독립적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원회를 갖출 필요가 있다. 타 기금들도 대부분 대주주를 위한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데 주주를 위한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사외이사제도 문제점은 먼저 우리나라 지배구조의 문제에서 발생했다. 대기업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오너 가족의 기업승계 강화를 위해 일감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사외이사들은 대주주 일가와 현 경영진의 사적 이득을 눈감아 주면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근본적으로 사외이사들을 현 경영진이 일반적으로 임명하고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를 대변하고 경영진의 경영 활동을 감시할 수 없었다.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로잡고 독립성강화를 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사외이사 선임에서 철저히 대주주와 경영진의 입김을 배제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 자격 문제도 개선돼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대주주나 경영진과의 연고 관계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 경영진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감시하고 중요한 업무에 대해 독자적 판단을 내려 줄 수 있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연고에 의한 선임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이 펼쳐져야 한다.

또 사외이사가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부당한 행위을 했을 때는 배상책임을 지게해야 한다.

그동안 사외이사가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데 명확한 책임 규정이 없어 무한책임은 곧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상법개정으로 사외이사가 자기 연봉의 3배 범위안에서 책임지도록 한 규정은 명확한 책임범위를 규정한 것이어서 긍정적이다.

-한국기업이 지배구조위기에 빠졌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국내 재벌 기업들이 자회사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편법승계, 비자금 조성 등 사회적 이슈를 발생시키는 일이 빈번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아시아기업 지배구조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조사대상 11개국 중 9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후순위를 차지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 등 선진국 수준으로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은 오너리스크가 컸다. 재벌들이 대각성해야한다. 그동안 재벌 오너 들이 모든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대해 회사 출자 이외에는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없었다. 또한 회계법인과 감사의 기업 유착으로 제대로 회계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기업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이사회나 사외이사제도 도입 자체만으로도 대기업 경영진에 견제할 수 큰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초기 사외이사제도 도입 때 재계에서 경영권 침해라고 반대가 심했다. 사외이사제도가 거수기로 변질된 면도 있지만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면이 더 많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올해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코스피200 편입 기업의 주총 의안분석과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국민연금은 법에 정해진 주총의결권을 행사해야하고 반대 입장을 밝힐 때는 그 사유를 밝혀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총이 3월 특정일에 몰리고 있어 현실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총 의안을 대신 분석해주는 서비스기관이나 인프라가 없어 제한적 시간안에 의결권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대기업과 거래나 연고관계로 맺어져 있어 중립적으로 투표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실제 반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기관투자자들이나 연기금에 주총 의결권 행사 때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는 주총 의안분석과 의결권자문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향후 전체 상장사들을 분석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 강화와 인력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소액주주보호를 위해 어떤 점을 강화해야 하는지.

△현재 주총 안건의 경우 주총 2주전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데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주총안건에 대해 주총 5일전에 지침을 별도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공휴일을 뺄 경우 실제 주총안건을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은 5일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안건 분석을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총 일정 분산이 이뤄져야하고 주총 안건 통보도 주총 2주전이 아닌 2개월 전에 통보하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소액주주보호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이 확보돼야한다.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설치와 감사위원이 될 사외이사의 분리 선임도 필요하다. 또한 임원별 보수 공시가 확대돼야 한다.

-대기업의 경영건전성이 낙제점을 받고 있는 이유와 개선할 사항은 무엇인지.

△국내 재벌들이 훌륭한 인프라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건전성에 낙제점을 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리하게 자기 자식에게 경영권을 승계해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편법이나 불법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행하고 있어 지탄을 받고 있다. 재벌 오너들이 자식에게 현재와 같은 지분승계로 인한 경영권 승계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경영건전성이 좋아지기는 힘들다. 국내 재벌들이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5대째 가족 기업으로 승계하고 있는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4개의 공익법인이 전체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주식은 공익법인을 통해 소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계열사의 이익을 많이 받을수록 공익법인에게 오는 배당금이 커 사회적 공익사업에 투자하는 재원이 그 만큼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렌베리 가문은 굳이 지분을 넘기지 않더라도 공익법인 운영을 통해 가족기업 승계를 하기 때문에 굳이 편법이나 불법적인 지분 승계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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